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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 투수의 역투가 SK 마운드를 바꿔놨다.
1패 뒤 3연승으로 KIA를 제압한 준플레이오프를 보자. SK는 1차전 때 선발 김광현을 4⅔이닝 만에 강판시켰다. 김광현이 초반부터 불안함을 노출했고, 투구수가 많았기 때문. SK는 이날 김광현 이후 5명의 투수를 등판시켰다. 하지만 불펜진이 4실점하며 재미를 보지 못했다.
2차전부터는 달라졌다. 선발 송은범이 6이닝 2실점으로 호투했다. 박희수(2이닝)-정대현(1이닝)-정우람(2이닝)이 실점하지 않았고, 연장 11회 이호준의 끝내기안타로 승리했다. 선발을 조기에 강판시켰다면 불펜의 과부하가 심각했을 경기였다.
2차전 승리의 주역이었던 필승 계투조 3인은 3차전에서도 얼굴을 비췄다. 고든이 5⅓이닝 무실점한 뒤 박희수(⅔이닝) 정대현(1이닝) 정우람(1이닝) 엄정욱(1이닝)이 이어던지며 승리를 지켰다. 고든이 5회를 넘긴 덕에 불펜 투수들은 각자 3~4타자만 책임지면 됐다. 4차전 역시 '깜짝 스타' 윤희상이 6⅔이닝 무실점하며 플레이오프를 대비해 불펜진의 체력을 아낄 수 있었다.
플레이오프서도 패턴은 비슷했다. 1차전과 5차전에 나온 김광현 만이 조기 강판됐을 뿐, 고든 송은범 윤희상은 모두 5회 이상을 책임졌다. 선발 투수가 긴 이닝을 소화해주면서 불펜진 역시 100% 컨디션을 발휘하게 됐다. 투수 자원을 효율적으로 쓰게 된 것이다.
불펜 투수는 경기 내내 긴장 상태를 유지하고, 출격을 대기한다. 상황에 따라 미리 몸을 풀지만, 갑작스럽게 마운드에 오르는 경우도 있다. 선발보다 짧은 이닝을 던지지만, 선발보다 체력 소모는 크다. 주자가 나가있는 등 박빙의 상황에 등판하기에 체력 안배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게다가 포스트시즌 같은 큰 경기에서는 체력 소모가 더 크다. 선발 투수가 긴 이닝을 책임져야 할 이유다.
준플레이오프부터 한국시리즈까지. 쉼 없이 달려온 SK다. 하지만 불펜 투수들의 체력 소모는 크지 않다. 긴 이닝을 소화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역투하는 선발 투수들이 있기에 SK 마운드는 더욱 강력해졌다.
대구=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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