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단장'에서 '의리대장'이 된 KIA 서재응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1-10-21 12:34 | 최종수정 2011-10-21 12:34


11일 준 PO 3차전 KIA-SK전에서 선발로 등판한 KIA 서재응이 2회초 2사 1,3루 위기상황에서 SK 김강민을 범타로 처리한 후 환호하고 있다.
광주=김재현 기자 basser@sportschosun.com 2011,10,11

"감독님, 그 동안 정말 고생많으셨습니다. 감사했습니다."

지난 18일, 이날 낮 사의를 표명한 KIA 조범현 전 감독의 휴대전화 벨소리가 계속 울렸다. 이날 조 감독이 사퇴하고, 후임으로 선동열 전 삼성 감독이 온다는 소식이 보도되며 이미 조 전 감독의 휴대전화는 쉬지 않고 울려댔다. 표면적으로는 '사퇴'였지만, 사실상 '경질'에 가깝다. 플레이오프 진출 실패와 그간의 팀 운영에 대해서 팬들의 비난 여론이 들끓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조범현 전 KIA 감독은 이같은 일련의 과정을 매우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평소 말을 아끼고, 변명을 하지 않는 성격이 이 과정에서 그대로 나왔다. 조 감독은 주위 사람들에게 "그동안 나 때문에 고생많았다"는 식으로 담백하게 입장을 정리했다. 이어 18일 오후 선수단 미팅에서 작별인사를 고한 뒤 20일에 마지막으로 광주구장을 찾아 감독실 짐을 정리했다.

조 감독은 선수들과의 작별인사에서 "나를 믿고 따라와줘서 참 고마웠다. 여러분과 함께 야구를 해서 행복했다"고 말한 뒤 "여러분은 야구인이다. 야구인으로서의 자존심을 지켜주길 바란다"는 말로 지난 4년간 KIA 선수들과의 인연을 마무리했다. 이를 지켜본 KIA 관계자는 "그간 수많은 감독님들의 떠나는 모습을 봤는데, 김응룡 감독님과 함께 가장 떠나는 뒷모습이 깨끗하고 멋진 분이셨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런 작별을 남다르게 아쉬워하는 인물이 있었다. 바로 KIA 덕아웃에서 가장 호탕한 분위기 메이커 서재응이었다. 서재응은 조 감독의 작별사를 듣는 내내 "마음이 너무 짠하네. 눈물이 날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어 이날 오후 조 감독에게 따로 전화를 했다. KIA 선수단 가운데에서 가장 먼저 조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개인적인 작별인사를 나눈 것이다. 서재응은 갑작스럽게 옷을 벋게 된 조 감독에게 "감독님 그간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우승도 시켜주시고, 정말 감사했습니다. 건강하세요"라고 짧은 인사를 전했다. 떠나는 스승에 대한 당연한 예의였던 것. 조 감독은 "사실 선수단 중에서 서재응이 가장 먼저 전화를 해줄 줄은 몰랐다. 참 고마웠다"고 짧게 말했다. 그러나 그 말 속에서는 의리를 아는 '진짜 사나이' 서재응에 대한 깊은 애정이 담겨 있었다.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