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정의 수비는 비교대상이 없다

황재균의 수비가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것은 실제 경기에서 수비가 좋은 측면도 있지만, 그만큼 포스트시즌에서 업그레이드됐기 때문이다. 예상하지 못했던 선수의 호수비이기 때문에 좀 더 강렬한 이미지로 남는 것도 사실이다.

솔직히 SK 3루수 최 정과 황재균의 수비는 현재 시점에서 차이가 난다. 최 정의 수비력은 독보적이다. 만약 최 정이 황재균과 같은 수비를 했다면 그만큼 화제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거꾸로 생각해 이대호가 포스트시즌에서 홈런 2개 정도롤 날렸다면 야구팬은 당연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최 정의 수비력이 딱 그런 셈이다. 안정성의 측면에서 최 정의 수비는 최고다. 페넌트레이스에서 5개의 실책밖에 하지 않았다. 최 정 수비의 가장 강한 요소는 어려운 타구를 특유의 순발력과 경험, 그리고 좋은 글러브 핸들링으로 쉽게 잡아낸다는 점이다. 어려운 타구도 최 정이 빠뜨리면 아쉬움이 남는다. '최 정이기 때문에' 생기는 아쉬움이다. 그만큼 수비가 좋다.

수비에 약점이 없는 선수다. 좌우 측면의 빠른 타구에 대한 글러브 핸들링은 메이저리그급이다. 정면타구나 핫코너에 자주 발생하는 불규칙 바운드 대처도 매우 안정적이다. 가장 좋은 점은 순간적인 판단력이다. 특히 까다로운 3루수 앞에서 형성되는 타구에 대해 한 템포 빠르게 대시를 해야하는지, 기다렸다 잡아야 하는지를 동물적인 감각으로 포착하는 선수다. 러닝스로의 경우 가끔 송구실책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실수는 열에 하나일 정도로 안정적이다. 최 정은 부상에서 복귀한 지 얼마되지 않았다. 하지만 수비력은 본 궤도에 빠르게 올라왔다. 이미 남들이 접근할 수 없는 경지에 올라와 있다. 류동혁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