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구장엔 선수들의 사색의 공간이 있다?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1-10-20 19:06



1년의 노력, 그 결실을 맺는 중요한 경기를 앞둔 선수들의 마음은 과연 어떨까요. 말은 안해도 무척 떨리고 긴장될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인천 문학구장 3루측 원정 덕아웃 뒤에는 그런 선수들을 위한 '사색의 공간'이 있습니다.

1군 경기가 열리는 우리나라 7개 야구장 중 단 한 곳도 원정팀 선수들이 유니폼을 갈아입거나 편히 쉴 수 있는 라커룸이 없습니다. 그래서 선수들은 보통 훈련을 마치고 버스로 이동해 유니폼을 갈아입고 휴식을 취합니다. 다른 구장들은 덕아웃에서 근접한 곳에 버스를 대 선수들의 이동거리를 줄이는데요, 문학구장의 경우에는 버스가 외야쪽으로 밖에 들어오지 못해 선수들은 긴 통로를 지나 버스에 가야합니다.

경기 직전 극도의 긴장감이 찾아오는 순간, 선수들은 조용한 통로를 홀로 걸으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가 궁금했습니다. 훈련을 마치고 곁을 지나가던 문규현에게 말을 건넸습니다. 문규현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수만가지의 생각이 머리속에 스쳐 지나간다"고 했습니다. 타석에서 어떤 코스를 노릴지, 수비에서는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온통 경기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찬다고 하더군요. "유니폼을 입고 덕아웃으로 돌아오는 길, 그 때의 감정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가장 생각이 많을 포지션인 포수. 강민호에게도 같은 질문을 했습니다. 강민호는 "어떻게 보면 하루 중 유일하게 혼자 있는 시간이다. 생각도 정리하고 마음도 차분하게 다스릴 수 있어 좋다"고 하더군요. "나는 자기최면을 건다. '오늘 경기 지면 어떡하지'라는 생갭다는 '무조건 이긴다'라고 생각을 한다"는 강민호는 "물론 포수이기 때문에 볼배합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하기도 한다"며 웃었습니다.

경기를 준비하기 위해 긴 통로를 걷는 선수들의 모습을 유심히 살폈습니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조용히, 그리고 차분히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선수들은 평소 엄청난 중압감, 외로움과 싸워야 합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뒤에 숨겨져 쉽게 보기 힘든 부분이죠. 이런 선수들에게 잠시나마 휴식의 시간을 주는 이 길, 어둡고 칙칙한 외모를 가지고 있지만 참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인천=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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