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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이만수 감독대행은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모처럼 작전을 펼쳤다.
경기중 기자들의 요청으로 SK 홍보팀이 급히 벤치를 통해 작전 여부를 알아봤다. 그 결과 번트 사인이 나갔다고 알렸다. 다만 스퀴즈 번트가 아닌 타자에게만 번트 사인이 나갔다는 것. 즉 타자가 푸시 번트를 하고, 상황이 좋으면 3루 주자가 홈으로 들어오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엔 1루 주자만 2루로 보내기 위한 작전이었다.
그런데 경기 후 이 감독은 인터뷰에서 "작전은 없었다. 선수들이 알아서 했다"고 말했다. 경기중 홍보팀에서 알아본 내용과 달랐다.
그렇다면 이 감독은 왜 작전이 없었다고 말했을까.
여러가지 의도가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가장 먼저 이 감독은 선수의 실수를 감싸 안으려 한 것이다. 그 장면에서 타자인 김강민은 물론 3루 주자 박정권까지 실수를 범했다. 1차적으로 스트라이크가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번트를 대지 못한 김강민이 실수를 했다. 최소한 파울이라도 만들어야 했다. 2차적으로는 박정권에게도 책임이 있었다. 벤치에서 나간 사인은 스퀴즈 번트는 아니었다. 타자가 친 번트의 방향, 수비수들의 움직임을 살펴 3루 주자는 홈 쇄도를 결정했어야 했다. 그런데 박정권은 타구를 보지도 않고 홈쪽으로 중심을 이동했다. 상황 판단을 잘못한 것이었다.
SK는 중요한 승부처에서 추가점을 올리지 못해 경기 막판까지 어려운 경기를 했지만 최종적으로는 승리했다. 따라서 이 감독은 굳이 이들 선수들의 실수를 탓할 이유가 없었다. 오히려 선수들 스스로가 창조적인 플레이를 하는 과정에서 나온 작은 실수로 축소시키며 사기를 꺾지 않으려는 의도가 묻어났다.
또다른 이유는 선수들에게 믿고 맡기는 '이만수 야구'를 만들어 가기 위해서다. 이 감독은 이번 포스트시즌을 통해 선이 굵은 '빅볼'을 선보이고 있다. 데이터에 의존하는 세밀한 작전 야구보다는 강공 위주의 화끈한 공격 야구를 선호한다. 전임 김성근 감독과는 차별화된 야구를 펼치는 중이다.
이날 야구장을 찾은 SK 최태원 회장도 달라진 SK 야구에 만족감을 표시하며 이만수 감독을 비롯한 선수단을 격려했다. 따라서 이 감독은 실패한 작전 야구를 부각시키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아무리 초보 감독이라고 해도 한 팀의 사령탑으로서 경기 내용을 정확하게 복기해줄 의무가 있음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신창범 기자 tigg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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