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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오프 3차전에선 양팀 담당 기자들이 사물의 '밝은 면'만 보려고 애썼다. 상대에 대한 비방 보다는 담당 팀의 좋은 플레이에 시선을 집중했다. 8회까지 딱 1점만 나고 물속처럼 조용히 진행된 게임. 딱히 시빗거리도, 논란거리도 없었다. 다만 최 정의 사구 유도 여부에 대해서는 또 한번 불꽃이 튀겼다.
오늘도 롯데의 수비를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4회말 포수 강민호의 빠른 판단도 초반 분위기를 넘겨줄 위기를 막은 파인플레이였다. 1점을 준 뒤 이어진 1사 1,3루서 김강민이 기습번트를 대려다가 배트를 뺐을 때 3루주자 박정권은 스퀴즈번트를 대는 줄 알고 홈으로 뛰다가 스톱했다. 이를 본 강민호가 곧바로 3루수 황재균에게 던져 협살로 박정권을 아웃시켰다. 그만큼 선수들의 집중력이 높아졌다는 뜻이다.
6회말 최 정의 몸에 맞는 볼은 사실 '고의 사구'였다. 일부러 왼쪽 팔꿈치를 내려 맞았다. 다만 문규현의 경우 팔꿈치가 앞으로 나왔기 때문에 잘 보인 것이고, 최 정은 팔꿈치를 슬쩍 내려 심판이 식별하기 어려웠을 뿐이다.
억울한 상황을 맞았는데도 동요하지 않고 막아낸 롯데 선수들의 침착함을 보며 이제 큰 경기에 많이 적응을 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분면 3차전까지 보여준 수비는 4차전을 충분히 기대케 한다. 다만 박재상과 박정권을 막아줄 왼손 스페셜리스트 강영식의 부진이 마음에 걸린다.
인천=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최 정과 문규현은 달랐다. 롯데 양승호 감독이 홈플레이트 앞까지 나와 김병주 주심에게 항의를 할 필요가 없었다.
6회였다. 롯데 선발 사도스키의 3구째 141㎞ 직구가 최 정의 몸에 바짝 붙어서 들어왔다. 좀 더 정확하게 묘사하면 팔꿈치를 향하는 볼이었다. 최 정은 팔꿈치를 약간 내렸고, 볼은 그대로 팔꿈치 프로텍터를 맞고 굴절됐다. 김병주 주심이 사구를 선언하는 것은 당연했다.
그런데 사도스키가 고의로 맞았다는 제스처를 취하며 홈으로 걸어들어왔고, 양 감독도 곧바로 나왔다. 하지만 사도스키의 볼 자체가 출발부터 벌써 팔꿈치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최 정은 피하기 위해 팔꿈치를 조금 내린 것 뿐이었다. 2차전에서 문규현이 사구를 유도하기 위해 왼팔을 앞으로 갖다댄 것과는 완전히 다른 움직임이었다. 최 정은 8회에도 강영식에게 137㎞ 직구를 등에 맞았다.
사실 이날 플레이오프답지 않게 양 팀의 예민한 충돌상황은 거의 없었다. SK의 경기력을 칭찬해주고 싶다. 특히 2사 1, 2루 상황에서 불규칙 바운드를 1루수 박정권이 잡아낸 장면이나, 6회 강민호의 2루타성 타구를 좌익수 박재상이 잡아낸 뒤 투수 송은범의 '글러브 박수'를 받아낸 장면은 SK의 진정한 힘을 느끼게 해줬다.
물론 7회 1사 1, 3루 상황에서 정근우의 안타성 타구를 잡아 더블아웃을 시킨 롯데 황재균의 수비도 좋았다. 물론 최고의 3루 수비를 자랑하는 최 정에는 살짝 미치지 못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다. 사실 1-0 불안한 리드 상황에서 롯데는 8회말 무사 1루의 기회를 잡았지만, 이대호 홍성흔이 연속 삼진을 당하며 무산시켰다. 곧바로 SK는 김강민의 2타점 적시타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이게 진정한 힘의 차이 아닌가. 인천=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