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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시즌과 다른 롯데 초구공략 실패의 악몽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1-10-19 21:45


초구 공략은 달콤한 악마의 유혹이었다.

롯데 타선의 공격력은 8개 구단 중 최강이다. 페넌트레이스 팀타율 2할8푼8리(4599타수 1324안타)에 111홈런 666타점으로 타율과 안타 홈런 타점 부문에서 1위에 올랐으니 '최강'이라는 수식어가 부끄럽지 않다. 이는 플레이오프 상대인 SK 이만수 감독대행 역시 인정한 부분이다. 이 감독은 19일 플레이오프 3차전을 앞두고 "롯데 타선을 우리 투수들이 어떻게 막을 지가 걱정이다. 롯데 타선은 최강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렇듯 롯데가 정규시즌에 엄청난 화력을 뽐낸 데에는 과감한 초구 공략이 큰 요인이다. 초구 공략을 잘 한다는 것은 타석에 들어설 때 미리부터 자신감을 갖고 들어간다는 뜻. 기록에서 여지없이 이런 성향이 나타난다. 올해 페넌트레이스에서 롯데의 초구 공략 시 팀 타율은 3할7푼5리(693타수 260안타)로 2위 KIA(534타수 181안타, 타율 3할3푼9리)보다 무려 3푼6리가 높았다. 뿐만 아니라 안타수(260개)와 홈런(29개) 타점(151타점) 등에서 모두 압도적인 1위였다. 결국 뛰어난 초구 공략 성공률 덕분에 전체 팀 공격수치도 높아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정규시즌에서 이처럼 초구를 잘 쳤던 롯데는 정작 플레이오프에서는 초구 공략에 실패했다. SK 투수들의 초구는 달콤하지만 위험한, 악마의 유혹처럼 다가왔다. 정규시즌 때 초구에 대해 자신감을 갖게 된 롯데 타자들은 플레이오프에서도 SK 투수들의 초구에 강렬한 배팅 유혹을 느꼈다. 그러나 결과는 매우 저조했다. 오히려 찬스 때 악수(惡手)가 되고 말았다.

기록을 보자. 롯데는 SK와의 플레이오프 1~3차전에서 총 13번 초구에 손을 댔다. 그러나 안타로 연결된 공격시도는 단 3회 뿐이었다. 타율은 겨우 2할3푼1리(13타수 3안타)에 그쳤다. 정규시즌과 비교하면 무려 1할4푼4리나 떨어진 수치다. 홈런이나 타점은 한 개도 올리지 못했다.

특히, 득점 찬스에서의 초구 공략은 '독약'이었다. 연장 끝에 6대7로 패한 지난 16일 1차전에서는 8회말 2사 1, 2루와 9회말 무사 1, 3루 그리고 역시 9회말 1사 만루 찬스가 있었다. 그러나 강민호(8회 2루 땅볼)와 손용석(9회말 투수 땅볼), 손아섭(9회말 2루수 병살타)은 모두 초구에 손을 대 찬스를 날렸다. 2차전에서는 초구를 5번 쳐 안타 1개를 기록했지만, 특별히 득점 찬스를 무산시킨 경우는 없었다.

하지만, 초구 공략실패의 악몽은 3차전에 다시 반복됐다. 그만큼 초구의 유혹은 강렬했다. 먼저 1회초 2사 만루. 선제점 기회를 잡은 롯데 6번 강민호는 SK 선발 송은범의 135㎞짜리 한복판 슬라이더를 잡아당겼으나 타구는 평범한 3루 땅볼이 되고 말았다. 실패는 0-1로 뒤진 7회에도 반복됐다. 2사 2루 동점찬스에서 2번타자 손아섭은 SK 두 번째 투수로 나온 좌완 박희수의 바깥쪽 낮은 커브(시속 119㎞)를 당겨쳤다. 이 타구는 힘없이 투수 정면으로 향했다. 손아섭은 1루에서 아웃된 뒤 1차전 실패를 떠올린 듯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정규시즌 때의 기록은 중요하지 않았다. 플레이오프에서는 초구공략 대실패의 악몽같은 현실이 벌어지고 있다.


인천=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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