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구 공략은 달콤한 악마의 유혹이었다.
하지만, 정규시즌에서 이처럼 초구를 잘 쳤던 롯데는 정작 플레이오프에서는 초구 공략에 실패했다. SK 투수들의 초구는 달콤하지만 위험한, 악마의 유혹처럼 다가왔다. 정규시즌 때 초구에 대해 자신감을 갖게 된 롯데 타자들은 플레이오프에서도 SK 투수들의 초구에 강렬한 배팅 유혹을 느꼈다. 그러나 결과는 매우 저조했다. 오히려 찬스 때 악수(惡手)가 되고 말았다.
기록을 보자. 롯데는 SK와의 플레이오프 1~3차전에서 총 13번 초구에 손을 댔다. 그러나 안타로 연결된 공격시도는 단 3회 뿐이었다. 타율은 겨우 2할3푼1리(13타수 3안타)에 그쳤다. 정규시즌과 비교하면 무려 1할4푼4리나 떨어진 수치다. 홈런이나 타점은 한 개도 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초구 공략실패의 악몽은 3차전에 다시 반복됐다. 그만큼 초구의 유혹은 강렬했다. 먼저 1회초 2사 만루. 선제점 기회를 잡은 롯데 6번 강민호는 SK 선발 송은범의 135㎞짜리 한복판 슬라이더를 잡아당겼으나 타구는 평범한 3루 땅볼이 되고 말았다. 실패는 0-1로 뒤진 7회에도 반복됐다. 2사 2루 동점찬스에서 2번타자 손아섭은 SK 두 번째 투수로 나온 좌완 박희수의 바깥쪽 낮은 커브(시속 119㎞)를 당겨쳤다. 이 타구는 힘없이 투수 정면으로 향했다. 손아섭은 1루에서 아웃된 뒤 1차전 실패를 떠올린 듯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정규시즌 때의 기록은 중요하지 않았다. 플레이오프에서는 초구공략 대실패의 악몽같은 현실이 벌어지고 있다.
인천=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