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승엽 환영, 시기적으론 다소 난감"

오릭스 이승엽이 지난 2월 일본 오키나와의 아카마구장에서 삼성과의 연습경기에 앞서 김성래 타격코치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스포츠조선 DB

삼성은 이승엽을 다시 데려올 것이다. 하지만 시기적으로 다소 걱정스럽다는 반응도 보이고 있다.

오릭스 이승엽이 이번 시즌을 끝으로 한국으로 돌아오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 2003년 말 FA 신분으로 해외에 진출했던 이승엽이다. 국내 모든 구단이 동시에 이승엽 영입을 추진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친정팀인 삼성으로 컴백할 게 유력하다. 타 팀이 영입하기엔 FA 보상금이 너무 거액이고, 또한 이승엽이 최근 수년간 "선수 생활의 마지막은 삼성에서 할 것"이라고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삼성은 일단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삼성 송삼봉 단장은 19일 "이승엽이 돌아오면 당연히 삼성에서 뛰어야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이어 "일단 현재로선 구단 차원에서 구체적인 조건까지 밝히기는 어렵다. 한국시리즈가 끝난 뒤에 그후에 이승엽 영입에 대한 자체 논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올초 이범호가 일본에서 유턴할 때 친정팀 한화가 아닌 KIA 유니폼을 선택해 화제가 됐다. 이승엽은 그같은 반전이 있기 어렵다. 워낙 '삼성맨'의 이미지가 강하고 본인 또한 친정팀으로의 복귀를 희망하고 있다. 경북고 선배인 삼성 류중일 감독 역시 시즌중에 "예전엔 승엽이가 일본에서 은퇴하는 게 맞다고 봤지만, 막상 감독이 되고보니 승엽이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여러 조건상 결국 이승엽은 올겨울 삼성 유니폼을 다시 입게 될 전망이다.

하지만 삼성은 이같은 화두가 보름후쯤 부각됐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입장도 보이고 있다. 삼성은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있다. 대사를 앞두고 '이승엽 컴백'이란 소식은 팀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송삼봉 단장은 "우리 선수들이 잘 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이승엽의 컴백 소식으로 인해 어린 선수들이 동요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최근 몇년간 삼성은, 특히 야수 파트에서 굵직한 외부 FA 영입 없이 자체적으로 선수들을 육성하는 방향을 선택해왔다. 그 결과 최형우 박석민 채태인 김상수 등이 주요 선수로 올라섰고, 올시즌엔 외야수 배영섭도 크게 성장했다.

이승엽이 돌아와 주전 1루수를 맡으면 아무래도 젊은 유망주들의 출전 기회가 줄어들게 될 것이다. 이건 이승엽 스스로도 의식하고 있을만한 부분이다. 프로 선수들은 '기회'라는 변수에 대해 민감하게 생각한다. 행여 내년을 걱정하는 선수들이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경기력에 영향을 받을까봐 삼성은 우려하는 것이다.

그래서 삼성은 일단 환영하되 모든 논의를 한국시리즈 이후로 미룬다는 결정을 했다. 어찌됐든, 이승엽의 국내 복귀는 프로야구 흥행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남형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