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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열은 '무등산 폭격기'였다. 해태 타이거즈 시절, 그가 뜨면 이겼다. 타자들은 낮게 깔리는 묵직한 직구와 슬라이더에 손을 대지도 못했다.
둘은 나란히 85년에 해태에 입단했다. 그런데 출전시기가 달랐다. 선 감독이 구단과의 협상문제로 실업팀인 한국화장품에 입단했다가 개막을 5일 앞둔 3월25일에 도장을 찍은 탓이다. 이 과정에서 대한야구협회가 프로-아마 협정서를 들고 소송을 제기, 선 감독은 7월2일이 되어서야 출전할 수 있었다.
그가 없는 동안, 이 코치는 공격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결국 데뷔 첫 해 타율 3할4리(8위), 12홈런(10위), 31도루(공동 3위)의 빼어난 활약으로 신인왕에 올랐다. 반면 강력한 신인왕 후보였던 선 감독은 후기리그에 합류, 7승4패8세이브, 방어율 1.70을 기록했다. 그 해 뒤늦은 선 감독의 가세로 3위에 머물렀지만, '선-이' 라인은 이후 해태왕국의 탄탄한 기초가 됐다.
하지만 96년 이후 둘은 한솥밥을 먹지 못했다. 선 감독은 주니치에서 은퇴, 2004년 삼성코치로 옮겼다. 이 코치는 98년 삼성으로 트레이드된 뒤, 이듬해 삼성코치를 맡았다. 그리고는 2001년 LG로 이적, 2003년부터 지휘봉을 잡았다. 선 감독은 2005년부터 작년까지 삼성 감독을 역임했다.
결국 95년 이후 16년만의 재회다. 비록 그동안 한솥밥을 먹지는 못했지만, 선 감독과 이 코치는 이미 함께 뭉쳐서 해보자는 약속을 주고 받았다. 타이거즈 전설의 주인공들이 이제 돌아왔다.
신보순 기자 bsshi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