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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 지정석 암표값이 50만원이나 한대."
롯데 양승호 감독이 사우나에서 한 팬으로부터 직접 들은 얘기다. 미디어데이가 열린 15일. 양 감독은 오전에 숙소 근처의 사우나에 들렀다.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피로를 풀고 있을 때. 나이 지긋한 남성팬이 양 감독을 알아보는 눈치를 보이더니 이내 탈의실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서는 양 감독에게 무언가를 쑥 내밀었다. 종이와 펜이었다. 사인을 해달라는 뜻이었다.
"아니 거기서 사인을 해드리면 종이라서 물에 다 젖잖아. 그래서 나중에 탈의실로 나가서 해드린다고 했지." 그만큼 양 감독에 대한 인기가 높아졌다고 해야할까. 양 감독은 이어 "그 분이 테이블 지정석을 사려고 하시는데 암표값이 30만원에서 50만원까지 뛰었다고 하시더라"고 말하며 놀라워 했다. 테이블지정석의 정가는 4만5000원. 무려 10배 가까이 가격이 뛰어오른 셈이다. 부산 사직구장에서 플레이오프가 열리기는 지난 99년 이후 12년만. 그만큼 부산팬들의 플레이오프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높다.
양 감독은 그 어르신의 덕담에 또한번 놀랐다. "보통은 한국시리즈 꼭 가서 우승해 달라 이런 말씀을 많이 듣는데 그분은 '지금까지 잘했으니 성적에 부담갖지 말로 편안하게 즐기라'는 말씀을 하셨다"고 했다. 처음엔 그의 야구를 믿지 못해 맹렬하게 비난했던 롯데팬들도 이제 준PO를 치르는 포스트시즌에서 구단 사상 처음으로 플레이오프 직행을 이뤄낸 감독에 대한 믿음이 확고해졌음을 알 수 있는 에피소드였다.
부산=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