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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승 후 2연패로 벼랑에 몰린 KIA. 하지만 수확이 있었다. '풍운아' 김진우의 '완벽 부활'이었다.
김진우는 0-2로 뒤진 6회 2사 만루의 위기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지난 2006년 10월8일 대전 한화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이후 무려 1829일만에 밟아보는 포스트시즌 마운드였다. 추가실점은 곧 절망으로 이어질 상황. 김진우는 정상호를 단 2구만에 123㎞짜리 낙차 큰 커브로 투수땅볼을 유도하고 간단히 위기를 벗어났다.
김진우의 투구를 지켜본 SK 한 전력분석원은 "공이 마치 돌덩어리 같이 묵직하다. 커브 낙폭도 커서 타자들이 움크린 타자들이 어깨를 들썩들썩한다. 여기에 몸쪽 체인지업까지 잘 들어오니 공략하기 힘들다"고 분석했다. 그는 "저런 마인드를 유지해 겨울을 나면 내년에 KIA의 1선발까지 노려볼 수 있는 훌륭한 구위"라고 평가했다.
오랜 방황 끝에 마음을 잡고 올시즌 복귀한 김진우는 주무기인 커브의 위력을 간직하고 있었다. 하지만 직구가 문제였다. 충분히 끌고 나오지 못하면서 높게 제구됐다. 커브에 의존한 피칭은 상대 타자의 노림수를 벗어나기 힘들었다.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었다. 2군에서 구위를 가다듬고 시즌 막판 돌아온 김진우는 직구와 체인지업 제구를 가미했다. 커브의 위력이 배가됐다. 그야말로 가을잔치의 최대 히든카드로 떠오른 셈. 타선 침묵으로 벼랑 끝에 몰린 KIA. 만약 극적인 기사회생으로 시리즈를 길게 끌고 간다면 김진우의 존재감은 파란, 그 이상으로 빛날 것 같다.
광주=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