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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장 11회 2-2. 2사에 주자는 만루였다. 볼카운트는 2-3, 타자와 투수 모두 도망갈 곳이 없었다.
한기주를 누른 두가지 부담감
9일 경기만 놓고 보자. 한기주는 2사 만루에서 볼을 연속으로 3개를 던졌다. 제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4구째가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았지만, 좀 벗어난 듯 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풀카운트, 한기주는 두가지에서 큰 부담을 느낄수 밖에 없었다. 우선 '스트라이크를 던져야 한다'는 압박감이다. 이날 전반적으로 컨트롤이 좋지 않아 그 부담은 더 컸다.
던지고 난 다음에도 문제다. 이번에는 '맞으면 어떡하나'라는 걱정이 들 것이다.
반면 이호준은 한가지만 생각하면 된다. '스트라이크만 노린다'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타석에서 느끼는 중압감은 어쩔 수 없다. 끝내기 안타를 친 공이 바깥쪽 낮은 볼이었다는 것이 그 점을 대변해준다. 그만큼 쫓겼다는 것이다.
어쨌든 마운드의 한기주는 그 공 하나에 모든 게 걸려있었다. 맞든, 볼이 되든 그것으로 경기는 끝나는 것이다. 이호준은 그에 비해 조금 더 여유가 있었다. 점수를 못내도 다음 공격이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이날 한기주가 심리적으로 느낀 부담감은 이호준의 두배 이상이었다.
몰리면 투수가 불리
그렇다면 일반적으로는 어떨까. 9일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끝내기 밀어내기 상황에서 더 쫓기는 쪽은 투수다.
웬만큼 배짱이 두둑한 투수말고는 마운드의 선택권은 하나뿐이다. 스트라이크다. 하지만 계속 스트라이크를 던지는건 쉬운 일이 아니다. 정교한 제구력 투수들은 이런 상황에서도 유인구를 던지는 일이 있다. 하지만 그 투수는 이미 상대에게 '컨트롤이 정교하다'는 인식을 심어준 상황이다. 따라서 비슷하면 타자로서는 배트가 나갈 수 밖에 없다. 이런 극소수의 경우를 빼고는, 투수들은 스트라이크 존에 넣는 것이 급선무다.
하지만 던진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다. 변화구를 던지기 쉽지 않고, 타자는 고도의 집중력으로 공을 노려본다. 안타를 맞을 확률이 그만큼 높아진다. 투수들은 이 부담감까지 느낀다.
타자도 자유롭지 못하다. 끝내야한다는 중압감에 평소와 같은 스윙을 하기가 쉽지 않다. 맞히는 데 급급한 타격이 나올 수 있다. 쫓기는 마음에 볼에 손이 나가기도 한다. 하지만 이 승부의 시작은 무엇보다 투수가 스트라이크를 던지느냐, 못 던지느냐다. 투수가 더 큰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결론은, 투수가 승부를 끝까지 끌고 가면 안된다.
신보순 기자 bsshi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