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클리어링, 가끔은 필요하다

신창범 기자

기사입력 2011-10-03 13:30 | 최종수정 2011-10-03 13:29


2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두산과 LG의 경기가 열렸다. 7회말 두산 오재원이 유원상의 위협구에 시비가 붙자 양팀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몰려나와 벤치 클리어링 상황이 되었다.
잠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서울 라이벌' LG와 두산이 대립각을 세우며 맞섰다.

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두산전에서 7회 벤치클리어링이 벌어졌다. 7회말 두산 이원석이 솔로홈런을 터뜨려 10-1로 점수 차를 더 벌린 상황에서 2사 뒤 오재원이 타석에 들어섰다. 볼카운트 0-1에서 6회부터 마운드에 오른 LG의 세 번째 투수 유원상이 오재원의 몸쪽으로 공을 뿌렸다. 오재원은 황급히 몸을 숙여 공을 피한 뒤 마운드쪽으로 달려갈 것 같은 자세를 취했다. 앞 타석에서도 머리 쪽으로 날아오는 공에 한 번 크게 놀란 뒤였다. 이때 LG 1루수 이택근이 달려와 마운드로 향하는 오재원 앞을 가로막으며 손으로 밀쳤다. 곧바로 두산 장원진 1루 코치가 달려와 이택근을 밀어냈다. 그 뒤 양팀 벤치에서 모두 쏟아져 나와 한 데 엉켰다.

7분간 진행된 벤치클리어링이지만 큰 불상사는 없었다.

단순한 상황이었지만 이 같은 벤치클리어링은 또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

전날 상황을 되짚어 보자. 오재원은 유원상에게 충분히 화를 낼만 했다. 두차례나 빈볼성 공이 날아왔기 때문이다. 사실 이날 벤치클리어링 유발자는 이택근이다. 이택근이 오재원을 밀치면서 양 팀 선수들이 뛰쳐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택근은 나름대로 또 이유가 있었다. LG는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면서 팀 분위기가 가라앉을대로 가라앉았다. 게다가 전날 두산전에 패하면서 자존심에 상처를 받은 상황. 팀 결속을 다지기 위한 방법으로 벤치클리어링을 유도한 셈이다.

두산 역시 올시즌 여러가지 악재속에서 2006년 이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게다가 김광수 감독 대행 체제로 시즌을 보내고 있는만큼 내부 결속이 필요했다.

이날 양 팀 고참인 LG 이병규와 두산 김동주도 후배들을 말리기 보다는 서로 맞서는 모습을 보였다. 고참들 역시 팀 분위기를 다지기 위한 방법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이처럼 벤치클리어링은 야구의 일부분이며 각 팀 사정에 따른 필요악이라고 말할 수 있다.


신창범 기자 tigg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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