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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롯데 한국시리즈, '장효조-최동원 시리즈' 된다.

권인하 기자

기사입력 2011-09-16 13:02


올시즌 삼성과 롯데가 한국시리즈에서 만나면 갑자기 타계한 두 전설 장효조-최동원을 추모하는 열기가 더욱 뜨거울 전망이다. 지난 2001년 올드스타전서 마운드에서 투구하는 고 최동원 한화 2군감독과 2006년 25주년 올드스타전서 수비를 하는 장효조 전 삼성 2군 감독의 모습. 스포츠조선DB

2011년 한국시리즈가 '장효조-최동원 시리즈'가 될까.

삼성과 롯데가 승승장구하며 1,2위를 달리고 있다. 공교롭게도 삼성의 레전드인 장효조와 롯데의 영원한 에이스 최동원이 일주일 사이 나란히 세상을 떠나 야구계 전체에 추모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삼성과 롯데가 한국시리즈에서 맞붙는다면 예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기대되는 것도 그래서다. 한마디로 양 팀을 대표하는 두 레전드가 시리즈를 관통하는 주제어가 될 전망이다.

두 팀의 한국시리즈 맞대결 가능성은 현재로서 가장 높다. 삼성은 사실상 1위를 굳히고 있다. 15일 현재 2위 롯데에 6게임 앞서 있다. 롯데는 3위 SK와 1게임차 박빙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 경기가 많이 남은 SK의 최근 상승세가 눈에 띄고 있어 2위를 확신할 수는 없는 상태지만 일단 포스트시즌 진출은 확정적이라 어떤 식으로든 한국시리즈에서 삼성과 만날 가능성이 있다.

삼성 선수들은 장효조 2군 감독의 장례식장에서 "감독님을 위해 꼭 우승을 하겠다"라고 다짐했다. 롯데 선수들 역시 최 전 감독에게 우승 트로피를 바치겠다고 선언했다.

만약 롯데가 플레이오프를 거쳐 한국시리즈에 오른다면 지난 84년 이후 무려 27년만에 다시 붙는 한국시리즈 매치다. 거기다 두 레전드의 추모 분위기가 겹쳐져 양팀 팬들의 관심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삼성은 84년 당시의 전력적인 우위에도 불구하고 역전패한 상처를 씻을 수 있는 기회고, 롯데는 다시 한번 역전 우승의 환희를 기대할 수 있다.

게다가 '레전드' 장 감독과 최 전 감독은 84년 한국시리즈에서 맞대결을 벌였던 주인공들이다. 둘 다 엄청난 활약을 했다. 최 전 감독은 아직도 나오지 않고 있는 한국시리즈 4승의 위업을 달성하며 롯데의 첫 우승을 이끌었고, 장 감독은 한국시리즈 7게임에서 24타수 11안타로 타율 4할5푼8리를 기록해 '안타제조기'의 명성을 확인시켰다.

두 팀의 시리즈가 성사된다면 영남지역 라이벌 매치에 레전드의 여운이 겹쳐 장 감독과 최 전 감독이 시리즈 내내 화두가 될 것이 분명하다. 예컨대 양측 응원단이 양대 전설의 대형 걸개그림을 자신들의 관중석에 내거는 등의 방법으로 상징화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야구 팬들 역시 장효조, 최동원을 자연스럽게 얘기하며 한국시리즈의 열기가 더욱 고조될 것이다.

한국시리즈 자체의 높은 관심에 레전드의 추모 열기가 더해져 그야말로 '스토리가 있는' 가을잔치가 연출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프로야구 30주년, 사상 최초로 600만 관중을 넘긴 황금 시즌의 정점을 찍을 수 있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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