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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호가 잘 하니까 저도 기분 좋죠."
훈련 중 잠시 덕아웃에 들어온 이숭용을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얼마 안 남은 것 맞죠, 뭐"라며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이숭용은 94년 태평양에서 데뷔한 프로 17년차 선수다. 현재 프로야구에서 이숭용보다 고참인 선수는 KIA 이종범 뿐이다.
이숭용은 올시즌 선발출전 경기가 많이 줄었다. 대타나 대수비로 경기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지난달 31일 박병호가 영입된 뒤에는 12경기서 21타석에 섰을 뿐이다. 17타수 3안타로 타율 1할7푼6리. 현대 시절 네차례의 우승을 이끌었던 그도 세월의 무게에 눌린 모습이었다. 반면 이적 직후 1루 자리를 꿰찬 박병호는 16경기서 3할 타율에 5홈런 13타점의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하지만 이숭용의 표정은 밝았다. 이숭용은 "팀에서 (박)병호를 필요로 해서 데려온 것 아닌가. 내 자리를 뺏고 그런 건 상관 없다"라며 "병호가 우리 팀에서 잘 해서 보기 좋고, 대견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이내 다시 훈련을 나서야 한다며 방망이를 고쳐잡았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