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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길고 험악한 악몽이라도 새벽녘 동이 트면 깨게 마련이다.
바닥을 친 팀 분위기, 이제 오를 때다.
긴 연패를 겪으면 모든 면에서 선수단의 분위기는 바닥으로 가라앉는다. 평소 잘 느끼지 못했던 피로감도 몇 배나 더 크게 느껴진다. 연승을 거둘 때 승리에 대한 성취감으로 인해 덜 피곤하게 느끼는 원리와는 정반대다. 6연패 기간의 KIA가 그랬다. 고참과 신참을 가릴 것 없이 선수들의 안색은 어두웠다. 누구랄 것 없이 "피곤해 죽겠다"는 말을 달고 살았다. 연패 탈출에 대한 의지는 분명했지만, 그를 뒷받침할 만한 에너지가 부족했다.
침묵했던 타선이 살아난다.
야구는 멘탈 스포츠다. 심리적인 변화는 체력이나 기술 못지 않게 경기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좋고 나쁠 때의 흐름이 분명한 타격은 선수 개개인은 물론, 팀 전체의 분위기에도 좌우되곤 한다. 최근 6연패 동안 KIA는 경기당 평균 2.33점 밖에 올리지 못했는데, 톱타자 이용규와 3번 타자로 나오고 있는 김원섭 그리고 나지완 안치홍 등의 부진이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21일 넥센전에서는 홈런 2방을 포함해 9점이나 올렸다. 바닥을 친 타선이 다시 반등세를 탔다는 증거다. 특히 이용규는 투런 홈런을 포함해 4타수 2안타 2타점으로 모처럼 톱타자 역할을 다 했고, 나지완도 4타수 3안타를 쳤다.
그런데 이들의 부활에는 KIA 조범현 감독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지금껏 타선이 침묵할 동안 조용히 선수들을 독려했던 조 감독은 21일 경기를 앞두고서는 "이제는 내가 좀 나서야겠다"며 오랜만에 직접 타자들에게 토스 배팅연습을 시켰다. 차일목과 나지완 등을 따로 불러 직접 공을 띄워주면서 일일히 타격자세 등에 관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공교롭게 조 감독의 '원포인트 레슨'을 받은 나지완과 차일목은 4안타를 합작했다.
조 감독은 그간 선수들에게 정신적인 분발을 촉구하며, 기술지도는 코칭스태프에게 일임하고 있었다. 그러나 연패가 이어지면서 좀처럼 타격밸런스가 살아나지 않자 두 팔을 걷고 나선 것이다. 이같은 효과는 21일 경기에 그대로 이어졌는데, 당분간 그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