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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구단주들의 발길이 야구장을 향하고 있다. 올시즌 프로야구의 뚜렷한 트렌드 가운데 하나다.
두산은 이튿날 SK와 홈경기를 치렀다. 팽팽한 투수전 끝에 3대1로 승리했다. 김 사장과 김 단장이 취임 데뷔전서 승리의 기쁨을 맛본 것이다.
박 구단주가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경기가 끝난 후 박 구단주는 김 사장에게 휴대폰으로 축하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공을 챙기라는 문구가 인상적이다. 이날 두산은 9회초 SK 박진만을 2루수 땅볼로 잡아내며 승리를 확정지었다. 김 사장은 이 공을 건네받아 자신의 집무실 책상에 '고이' 모셔놓았다고 한다. 김 사장이 구단주의 '애정' 표현에 감동받았음은 물론이다.
박 구단주는 야구단 구석구석까지 챙기는 섬세한 면모를 갖춘 현장형 구단주로 통한다. 두산그룹 명예회장인 부친 박용곤 구단주 시절부터 내려온 전통이기도 하다. 체면보다는 실용을 중시하고, 현장의 필요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구단주다.
박 구단주는 지난 2009년 3월 베어스 구단주를 맡았다. 박 구단주는 한 달에 적어도 3~4번은 잠실구장을 찾는다. 선수들의 플레이 하나하나에 다양한 표정을 지으며 야구를 즐긴다. 잠실구장 실내 VIP룸이 아닌 야외 본부석에 앉아 현장음을 즐기며 경기를 관전한다. TV 중계 카메라에 자주 노출돼 웬만한 팬들도 이제는 박 구단주의 얼굴을 알아본다. 그에게 승패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의 땀방울에 감동한다.
2009년에는 모구단 감독 차량이 고급 세단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당시 김경문 감독의 차를 업그레이드해 바꿔 준 적도 있다. 올시즌에는 지난 4월2일 개막전부터 시작해 10일 KIA전까지 시즌초 홈 6경기를 모두 관전했다.
매년 전지훈련 캠프를 찾는 일은 그에게 연례행사다. 올시즌에는 특히 전훈지인 일본 미야자키 캠프에 화산이 폭발했음에도 화산재를 뚫고 사이토 구장을 찾아 선수단을 격려했다. 정성을 들여 뽑은 용병 더스틴 니퍼트의 첫 라이브 피칭을 직접 지켜보며 미소를 짓기도 했다.
심지어 두산의 주간단위 선발 로테이션을 파악하고 있을만큼 애정이 깊다. 야구장을 찾지 않는 날은 이메일을 통해 경기상황을 보고 받는다.
지난 6월초 김경문 전 감독이 전격 사퇴를 결정했을 때 그는 강하게 만류했다. 박 구단주는 당시 "박수받지 못하고 떠나 안타깝다"며 김 전 감독의 사퇴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성적보다는 '인간미', '최선'을 먼저 생각하는 구단주로 야구인들은 "정말 존경받아 마땅한 오너"라고 그를 평가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