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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데뷔 첫 해임에도 1군에서 시즌을 시작해 롱릴리프에서 필승조, 그리고 마무리까지 맡았다. 확실한 마무리가 없는 팀 사정에 따른 고육지책이었다. 5월13일 목동 넥센전서 마무리 김광수(현 한화) 다음에 나와 극적인 데뷔 첫 세이브를 올린 뒤로는 팀 승리를 책임지는 투수가 됐다.
구원승으로 2승을 올리고 있던 임찬규는 이날 이후 4승과 4세이브를 추가하며 승승장구했다. LG 불펜진 중 구위가 가장 좋았고, 신인답지 않은 배짱까지 갖추고 있었다. 승승장구하면서 유력한 신인왕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적어도 '6.17 사태' 전까지는 그랬다.
임찬규는 8월이 되서야 마무리 투수의 압박에서 벗어났다. 베테랑 송신영이 이적 직후부터 마무리로 나섰기 때문. 8월 6경기서 7일 잠실 한화전(만루홈런으로 4실점)을 제외하고는 실점이 없었다. 제구도 좋아졌다. 8⅓이닝을 던지면서 볼넷은 단 4개.
임찬규는 그동안 마무리로 나섰던 것에 대해 "부담감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라며 "송신영 선배님이 오신 뒤로 정말 마음이 편해졌다. 팀 전력도 확실히 보강됐고, 나도 야구가 잘 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곧이어 "송신영, 이대진 선배님께서 해주시는 조언이 개인적으로 정말 많은 도움이 된다. 내 공에 대한 이야기부터 운동하는 방법, 어떻게 프로생활을 해오셨는지까지 다 말씀해주신다. 모두 내 것으로 만들어가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LG의 마지막 포스트시즌이었던 2002년, 임찬규는 당시 초등학교 4학년이었다. LG가 좋아 야구선수를 꿈꿨던 한 소년은 LG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눈물을 흘렸다. 그는 당시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이상훈 선배님이 동점 홈런을 맞고, 최원호 코치님이 끝내기 홈런을 맞았을 때 울컥했었다. 그때를 아직도 잊을 수 없다"라며 "올해 포스트시즌 마운드에 꼭 서보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임찬규는 데뷔 첫 해부터 풀타임 1군 멤버로 많은 일들을 겪고 있다. 수차례 천당과 지옥을 오가기도 했다. 혹독한 성장통을 겪고 있는 만큼, LG 마운드의 미래로 쑥쑥 커나가고 있는 모습이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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