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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스의 빈자리는 컸다.
10일 현재 4위 롯데와의 승차가 7.5게임인 점을 감안하면 4강의 희망이 더 커졌을 지도 모를 일이다.
더욱 아쉬운 점은 류현진의 존재 여부에 따라 팀 성적과 전력이 크게 차이가 난다는 사실이다. 특히 마운드보다 타선의 힘 저하 현상이 더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류현진 가동기 동안 한화는 24승23패, 0.511의 높은 승률을 자랑했다. 그러나 류현진 공백기에 들어서는 9승14패, 승률이 0.391로 크게 떨어졌다.
우선 마운드의 핵심이 빠지니까 방어력이 당연히 약해졌다. 팀방어율은 4.95에서 5.41로 저하됐고, 경기당 안타 허용 갯수도 9.1개에서 10.8개로 늘었다. 이로 인해 이닝당 출루허용율(WHIP)은 1.41에서 1.66으로 높아졌고, 경기당 평균 실점도 5.3점에서 5.7점으로 늘어나고 말았다.
설상가상으로 타선의 위력은 더 큰 폭으로 저하돼 한화를 곤혹스럽게 한다. 류현진 가동기에 2할5푼7리였던 팀타율은 2할4푼9리로 떨어졌고, 득점력도 평균 4.4점에서 4.3점으로 소폭 하락했다.
무엇보다 찬스에서 크게 약해진 것으로 보인다. 한화는 류현진 가동기때만 해도 득점권 타율 2할9푼6리로 8개 구단 중 KIA(3할1로) 다음으로 강한 팀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2할7푼8리 평범한 수준으로 빠진 상태다. 주자 있을시 타율도 2할8푼5리에서 2할5푼8리로 크게 저하된 모습이다.
뿐만 아니라 평균 0.77개이던 홈런도 0.65개로 줄어들면서 OPS(출루율+장타율)도 0.709에서 0.692로 감소해 승리할 수 있는 기회에서 자꾸 멀어지고 만 것이다.
이처럼 한화가 고전하게 된 것은 에이스의 부재가 단순한 핵심전력 1명 빠지는 것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심리적인 파급 부작용이 있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작년에 팀이 최하위일 때도 투수 2관왕을 차지한 국내 최고 투수여서 동료 선수들에게 주는 안정감은 기대 이상이다. 에이스의 호투에 따른 신바람, 패배를 했어도 에이스 차례가 되면 다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 등 보이지 않는 연쇄 파급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류현진은 지난 4월 한화 타선이 부진했을 때 최대한 오래 막아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되레 고전한 적이 있다. 지금은 거꾸로 류현진의 부재때문에 타선이 고전하고 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