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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류현진'으로 주목받은 좌완 유창식은 고교 시절 무리한 탓에 시즌 합류가 늦어졌다. 5월 들어 1군 엔트리에 합류한 유창식은 5월7일 대전 넥센전에서 데뷔 첫 선발 등판을 가졌지만, 2이닝 5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2군에서 몸을 다시 만들고 6월23일 1군에 복귀한 뒤로는 9경기서 9⅔이닝 5실점(4자책)으로 비교적 호투했다. 류현진과 장민제가 선발로테이션에 빠지면서 7일 잠실 LG-한화전서는 선발 기회까지 잡았다.
한편, 올시즌 입단한 신인 중 유일하게 임찬규는 풀타임 1군 멤버로 뛰는 영광을 누리고 있다. 추격조로 출발한 그는 롱릴리프-필승조로 보직을 옮기더니 결국 마무리투수라는 중책까지 맡았다. 신인 중 가장 많은 6승(3패)에 7세이브를 올리며 두각을 나타냈지만, 지난 6월17일 잠실 SK전에서 4연속 볼넷을 내준 이후 급격히 흔들렸다. 씩씩하게 던져왔지만, 밸런스가 갑자기 무너지면서 슬럼프에 빠졌다. 최근에는 송신영의 영입으로 부담이 줄어든 상황.
둘은 고교 시절부터 전국 대회에서 자주 만나면서 친분을 쌓았다. 평소에도 자주 통화를 주고받을 정도. 서로의 경기를 보고 가끔씩 지적도 한다. 유창식이 "찬규야, 너 요새 체인지업 많이 안 던지더라. 공이 예전같지 않은가봐?"라며 놀리면, 임찬규는 "창식아, 너 고등학교 때 슬라이더 던지면 무조건 헛스윙이었는데 요새 다 볼이더라"라고 응수하곤 한다고. 장난스럽게 서로를 놀리지만, 둘은 기라성 같은 선배들 사이에서 서로에게 큰 의지가 됐다. 임찬규는 이에 대해 "비록 팀은 다르지만, 동기가 프로에 있다는 게 너무 좋다"고 했다.
하지만, 경기는 훈훈했던 분위기를 비웃기라도 하듯 예상치 못한 흐름으로 전개됐다. 선발 박현준이 한화 좌타자 라인에게 무참히 공략당하며 1⅓이닝 만에 마운드를 내려간 것. 결국 임찬규는 급히 몸을 풀고 마운드에 올라왔다. 얼떨결에 성사된 첫 맞대결. 1사 1루 상황에서 등판한 임찬규는 실점 없이 2회를 마무리했지만, 3회초 2사 후 내리 3안타를 허용하며 급격히 흔들렸다. 포수 조인성과 사인이 맞지 않는 등 마운드에서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결국 한화 김경언에게 만루포를 맞은 뒤 고개를 숙인채 마운드를 내려왔다.
반대편 덕아웃에서 임찬규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유창식의 표정은 밝지 못했다. 8-2로 달아나면서 승리와 한층 가까워졌지만, 친구의 고개 숙인 모습이 마음에 걸린 듯 해보였다. 하지만 유창식은 득점 지원에 어깨가 가벼워진 듯 힘차게 자기 공을 던지며, 5이닝 4실점으로 감격스런 데뷔 첫 승을 올렸다.
우정을 뛰어넘는 첫 맞대결의 승자는 유창식이었다. 앞으로 한국프로야구를 이끌어갈 두 대형 신인의 다음 맞대결은 언제일까.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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