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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시아 의자를 아시나요?'
한화 용병 가르시아가 부상을 참고 극적인 허슬 플레이를 펼친 것으로 알려져 화제다.
팀이 패하는 바람에 빛을 보지 못해서 그렇지 두고 두고 기억될 명장면이었다.
2-3으로 뒤져있던 3회말 2사 3루 상황에서 타석에 오른 가르시아는 롯데 선발 구원준의 초구가 높게 들어오자 갑자기 자세를 바꿔 번트를 댔다.
가르시아는 1루를 향해 전력 질주를 하다가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했고, 기습번트에 놀란 롯데 3루수 황재균이 악송구를 하는 바람에 2루까지 진루하는데 성공했다.
그 사이 3루 주자 장성호는 홈을 밟아 3-3 동점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이른바 '가르시아 시프트(당겨치는 가르시아의 특성을 감안해 오른쪽으로 치우쳐 이동하는 수비라인)'를 보기좋게 깼다.
0-3으로 밀렸던 한화로서는 8회초 6실점하며 패하지 않았더라면 가르시아 효과를 톡톡히 봤을 법했다.
2사 3루 상황에서 번트 사인이 나왔을 리는 만무하다. 가르시아가 특유의 배짱으로 재치있게 허슬 플레이를 한 것이다. 팀을 위해 1루 슬라이딩까지 마다하지 않는 투혼에 모두가 감탄했다.
여기에 한화 선수단과 구단은 내심 두 번 놀랐다. 이른바 '가르시아 의자'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가르시아는 허리 통증이 있는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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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SK전에서 우익수 수비를 하다가 몸을 날려 다이빙 캐치를 하다가 허리를 삐끗했다. 이튿날 경기에서 지명타자로 빠질 정도로 고통이 적지 않았다.
지금도 맛사지 치료를 받으며 출전하는 중이다. 성치 않은 허리를 무릅쓰고 또다시 몸을 던진 것이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가르시아 의자'다.
대전구장의 한화 라커룸에 가면 숨은 명물로 자리잡고 있는 게 그 의자다. 허리를 편안하게 받쳐주고 다리와 목 받침대까지 구비된 기능성 의자로, 보통 PC방 의자보다 업그레이드된 제품이다.
가르시아는 허리 부상을 한 뒤 이 의자 2개를 사다가 라커룸안 자신의 사물함 앞에 갖다 놨다. 라커룸에서 쉴 때는 여기에 앉아 허리를 다스린다.
다른 선수들 의자는 병원 대기실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천편일률적인 긴 의자다. 군계일학처럼 '가르시아 의자'와 확연히 비교가 된다.
'가르시아 의자'가 2개인 이유도 있다. 나머지 1개는 2루수 한상훈의 것이다. 한상훈도 허리 통증을 달고 산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은 가르시아가 자신 것을 구입하면서 선물로 기증한 것이다.
가르시아와 한상훈이 이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웃음이 절로 나온단다. 때문에 어느새 한화 선수단 사이에서는 특이한 명물이 됐다는 게 한화 구단의 설명이다.
역시 가르시아는 쇼맨십에 만큼은 일가견이 있는 화제의 용병이었다.
가르시아는 무리한 허슬 플레이를 한 것에 대해 "팀에 파이팅을 자극하고 이기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간단명료하게 대답했단다.
하지만 한대화 감독은 몸을 아끼지 않는 투지가 좋기는 하지만 부상이 악화되면 어쩌나 하고 행복한 걱정을 한다.
대전=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