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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송신영 인간승리..'땜방'에서 마무리 투수까지

신창범 기자

기사입력 2011-08-03 11:26


"나는 LG 마무리 투수다."

LG 송신영(34)은 2일 인천 SK전에서 세상을 향해 소리쳤다. 프로 13년차 베테랑 투수인 그는 시즌 도중 트레이드를 경험했다. 트레이드 마감일인 지난달 31일 송신영은 후배 투수 김성현과 함께 LG로 트레이드 됐다. 불펜이 약한 LG는 올시즌 9년만에 포스트시즌이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유망주 2명(심수창, 박병호)을 내주고 백전노장 송신영을 데려오는 트레이드를 성사시켰다.

이적 후 첫 경기. 이날 SK전은 송신영을 테스트하기 위해 일부러 만든 경기처럼 흘러갔다. LG는 5-1로 크게 앞서다 7회 안치용에게 스리런홈런을 맞아 5-4, 1점차까지 몰렸다. 8회 2사 1루가 되자 박종훈 감독은 불펜에 대기하던 송신영을 불렀다. 첫 등판치고는 너무 가혹한 상황이었다. 자칫 송신영 카드가 실패할 경우 그 여파는 엄청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송신영은 비장한 표정으로 마운드에 올랐다. LG 유니폼이 다소 낯설어 보였지만 자신의 임무를 완수했다. 1⅓이닝 1안타 무실점. 이적후 첫 세이브를 따내며 팀에 귀중한 1승을 안겼다.

마지막 타자를 잡는 순간 송신영의 가슴속엔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경기후 송신영은 "2004년 한국시리즈 등판 이후 가장 많이 떨면서 공을 던졌다"며 솔직하게 대답했다.

지금까지 송신영의 야구 인생은 그다지 화려하지 않았다. 지난 13년 동안 가장 비중있는 배역을 맡았기 때문에 그 압박감은 클 수 밖에 없었다.

송신영은 사실 '땜방' 투수였다. 지난 99년 현대에 입단한 송신영은 패전 처리로 출발했다. 가끔 선발 투수가 구멍이 나면 5선발을 했고, 불펜에 수시로 불려 다녔다. 마무리 투수를 대신해 마운드에 오를때도 있었다. 팀이 원하면 언제든지 묵묵히 던졌다. 말이 좋아 '마당쇠'지 정작 본인은 너무 힘이 들었다.

몸도 몸이지만 불펜 투수에 대한 평가가 인색한 시절이었던 만큼 정신적 스트레스도 많았다. 경제적으로도 윤택하지 못했다. 고려대 재학 시절 팔꿈치 부상으로 뚜렷한 활약이 없었다. 현대 입단 당시 2차 11번이었지만 계약금 없이 연봉 1800만원으로 시작했다.

고교 시절 강속구 투수였던 송신영은 스피드를 잃으면서 기회가 있을때마다 변화를 시도했다. 변화엔 반드시 노력이 뒷받침됐다. 스피드를 포기한 뒤 제구력에 힘쏟았다. 포수 미트만 보고 던졌다.


2006년엔 포크볼을 장착해 재미를 봤다. 최근들어 포크볼 위력이 떨어지자 커브를 연마했다. 지금은 이 커브가 송신영의 '필살기'가 됐다. 커브의 날을 세운 건 지난 겨울 플로리다 스프링캠프에서다. 여기서 송신영은 같은 커브라도 스피드를 달리하는 법을 손끝에 익혔다. 120km대와 130km대의 커브를 함께 던졌다. 이 커브가 스트라이크존에 꽂히면서 위력을 더 했다. 2일 SK 타자들을 돌려 세운 결정구도 바로 이 타이밍을 뺏는 커브였다.

송신영은 "140km 직구를 던졌다가 120km 커브를 던지면 타자들은 타이밍을 잡기가 쉽지 않다. 마무리 투수가 빠른 직구도 필요하지만 타자와의 타이밍 싸움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시즌 초반 만났던 송신영에게 팔 각도가 예전보다 많이 내려갔다는 이야기를 하자 고개를 끄덕이며 "어쩔 수 없다. 나이가 들면서 팔이 내려올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프로 선수에게 야구는 생존이다. 삶의 현장인 셈이다. 팔이 내려왔다고 포기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팔이 내려오면 그것에 맞춰 또다른 생존법을 찾아야 하는 게 프로라고 생각한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그는 프로였다.


신창범 기자 tigger@sportschosun.com


LG 송신영이 2일 인천 문학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SK와 경기에서 8회말 2사에서 구원 등판해 1과 1/3이닝 무실점하며 세이브를 올렸다. 마지막타자 SK 정상호를 뜬볼로 처리하며 경기를 끝내고 있는 박수를 치고 있는 송신영.
인천=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201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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