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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정인욱이 롯데 이대호와의 리턴 매치에서 또한번 패했다. 그러나 후유증은 전혀 없는 날이었다.
롯데 담당 투수
정인욱은 이날이 올시즌 네번째 선발 등판이었다. 그중에서 롯데전만 세번째였다. 경기전 롯데 양승호 감독은 "정인욱은 롯데 담당 선발 같다"며 웃었다.
터프 가이가 돼라!
경기전 삼성 운영팀의 허삼영 전력분석 과장은 정인욱에게 "이대호 상대할 때 몸쪽으로 바짝 붙여서 거칠게 승부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정인욱도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젊은 투수답게 와일드한 피칭으로 이대호의 기를 꺾으란 얘기였다.
이대호는 한국프로야구의 최고 타자다. SK 정대현이 예전부터 '이대호 천적'으로 위력을 떨쳤는데, 대부분 '거를 수도 있다'는 식으로 철저히 안쪽과 바깥쪽 유인구만 던지는 승부 패턴을 보여주곤 했다.
역시 이대호는 높은 벽
2회초 이대호가 선두타자로 첫 타석에 섰다. 2주전 상황과 똑같았다. 다만 1회말에 삼성 타선이 일찌감치 4점을 뽑아준 덕분에 정인욱은 비교적 편안한 마음으로 이대호를 맞이했을 것이다.
초구에 커브 볼이 들어갔다. 2구째는 139㎞짜리 몸쪽 공이었는데 파울. 3구째도 138㎞짜리 몸쪽 공이 날아갔다. 4구째 129㎞짜리 변화구가 원바운드로 들어가 볼카운트 1-3.
이때부터 정인욱의 유인구가 좋았다. 5구째 133㎞ 변화구로 헛스윙을 유도했다. 6구째는 144㎞ 직구를 몸쪽 높게 던져 파울. 마지막으로 131㎞짜리 변화구를 바깥쪽 낮은 코스로 떨구자 이대호는 헛스윙으로 물러났다.
하지만 그후 두 차례 승부에선 이대호가 베테랑 답게 강한 모습을 보였다.
삼성이 5-1로 앞선 상황에서 롯데의 3회초 2사 2루 찬스. 이대호의 두번째 타석이다. 1루가 비었다는 생각에 부담감이 너무 없었을까. 정인욱은 초구에 슬로 커브를 던졌는데, 너무 느린 공이 가운데 높은 코스로 힘없이 떨어졌다. 일단 배트를 내려던 이대호는 느린 공이 들어오자 주춤한 뒤 배트 궤적을 바꿨다. 커브의 곡선을 그대로 따라가 크게 힘들이지 않고 툭 받아쳐 우전안타로 연결시켰다. 적시타였다.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대호다웠다.
6회초에도 이대호가 1사후 세번째 타석을 맞이했다. 볼 2개가 잇달아 들어간 뒤 3구째는 130㎞짜리 변화구였는데 바깥쪽 꽉 찬 코스였다. 이대호는 가볍게 잡아당겨 좌전안타로 연결시켰다.
세차례 대결에서 적시타 포함 안타 2개를 허용했으니 정인욱의 완패. 하지만 앞선 대결과는 달리 이대호에게 큰 걸 내주지 않았다는 점에서 절반의 성공이라고 볼 수도 있었다. 비교적 몸쪽 공략을 많이 하긴 했지만, 역시 실투가 나오면 이대호가 놓치지 않았다. 어쨌든 정인욱은 이날도 7이닝 6안타 2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를 기록, 이대호엔 졌지만 롯데엔 이겼다.
대구=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