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 하이브 가문의 본격적인 법정 공방이 시작됐다.
10일 서울서부지법 제12민사부에서 하이브 산하 레이블 빌리프랩과 쏘스뮤직이 민 전 대표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첫 변론기일이 열렸다. 이날은 민 전 대표는 물론 빌리프랩과 쏘스뮤직 관계자도 모두 불출석한채 양측의 법률대리인들이 대신 입장을 밝혔다.
먼저 빌리프랩은 소속 아티스트 아일릿이 어도어 소속 뉴진스를 표절했다는 민 전 대표의 주장에는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아일릿은 '현실 속의 10대'를, 뉴진스는 'Y2K 속 노스탤지어'를 표방한 그룹으로 콘셉트가 다르다고 밝혔다. 아일릿의 브랜딩 전략과 콘셉트는 2023년 7월 21일 최종 확정돼 내부공유됐고, 제보자가 기획안을 보내온 것은 그 이후인 2023년 8월 28일로 시점상 아일릿의 콘셉트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음악 장르나 퍼포먼스에도 차별성이 있다고 말했다. "태권도 품새가 다 정해져 있지만 어떤 동작인지, 어디에 힘을 주는지에 따라 평가하게 된다. 걸그룹 안무도 비슷하다. 개별 걸그룹이 개성을 발휘하는 게 중요한데 민 전 대표는 '그 동작이 자기 것'이랄고 주장하고 있다. 내부 프로모션 방법으로 다른 그룹을 공격하는 건 굉장히 악의적"이라고 강조했다.
빌리프랩 측은 민 전 대표가 지속적으로 카피 의혹을 제기해 아일릿의 SNS 팔로워 수가 줄고, 앨범 성적이 하락했으며, 광고 계약이 무산됐다기 때문에 20억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한다고 주장했다.
빌리프랩 측은 "민 전 대표가 데뷔한지 얼마 안된 아일릿에게 '좌표 찍기'라는 불법행위를 했다. 상당한 팬덤을 형성하고 있는 뉴진스가 아일릿에게 상처를 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민 전 대표 측은 빌리프랩 측의 주장을 "좌표찍기 감성에 호소하는 변론"이라고 맞섰다. 아일릿이 데뷔한 직후 대중이 표절 문제를 제기했고, 내부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하이브 쪽에서 위법한 감사를 한 탓에 공익목적으로 문제를 공론화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쏘스뮤직 측은 민 전 대표가 "쏘스뮤직이 소속 연습생이었던 뉴진스 멤버들을 방치하고, 하이브가 약속과 달리 뉴진스가 아닌 르세라핌을 첫 하이브 걸그룹으로 데뷔시키면서 내 런칭 전략을 카피했다"고 말한 부분이 허위사실 유포 및 업무방해에 해당한다며 광고계약금 손해 등 5억 100만원을 배상하라고 주장했다.
뉴진스를 캐스팅해 몇 년간 트레이닝을 해왔고 글로벌 오디션을 통해 팜 하니를 캐스팅했으며, 오디션 과정에서 주체가 된 것은 민 전 대표가 아닌 하이브라는 것이다. 또 민 전 대표가 브랜딩 업무 때문에 영입이 됐음에도 정해진 기일을 차일피일 미뤘다고도 말했다.
민 전 대표 측은 "방시혁 의장이 자신은 못하겠다며 민 전 대표에게 맡겨 탄생한 게 뉴진스다. 뉴진스의 전체적인 콘셉트 등은 민 전 대표가 기획한 것이고 민 전 대표의 선택에 따라 멤버가 결정됐다. 쏘스뮤직에서 르세라핌이 데뷔한 뒤 바로 뉴진스가 데뷔하기 힘든 상황인 걸 알고 민 전 대표가 뉴진스 멤버들을 어도어에 데려와 데뷔시켰다. 민 전 대표는 부당한 운영 형태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는데 입막음, 보복성 소송이 아닌가 싶다"며 1000페이지 분량의 증거 자료를 제출했다.
이와 별개로 민 전 대표는 김태호 빌리프랩 대표 등을 상대로 정신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5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하이브는 지난해 4월 민 전 대표가 어도어 경영권을 탈취하려 한 정황이 드러났다며 업무상 배임혐의로 고발했다. 민 전 대표는 "배임은 코미디"라며 기자회견을 개최, 하이브로부터 부당 대우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첨예한 대립각을 세운 끝에 민 전 대표는 지난해 8월 어도어 사내이사회를 통해 대표직에서 해임됐다. 이후 민 전 대표와 뉴진스 멤버들은 대표직 복귀를 강력 요구했으나 좌절됐고, 민 전 대표는 지난해 11월 어도어 사내이사직에서 사임하며 하이브와 결별했다.
뉴진스 멤버들도 같은달 어도어의 전속계약 위반으로 계약이 해지됐다고 선언했다. 어도어는 뉴진스를 상대로 전속계약유효확인의 소를 제기했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