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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인터뷰] 에드워드 리 "두부 챌린지, 경험·본능 믿었다…韓레스토랑 계획은 아직"(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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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전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이하 흑백요리사)에서 가장 화제가 된 인물이라면 단연 에드워드 리다. 그에 대한 관심은 그가 11년 전에 내놓은 책 '스모크&피클스'(위즈덤하우스)가 한국어판으로 출간되는 것까지 이어졌다. 이 책의 출간에 맞춰 에드워드 리는 지난 7일 한국 매체들과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흑백요리사'의 에피소드부터 미국에서 셰프로 성장했던 일까지 차근차근 들려줬다.

▶'흑백요리사' 후 달라진 점? 특별히 없다

그는 한국 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부터 전했다. "한국에 내 팬들이 있다는 것이 정말 감사하다. 감사하고 행복하다. 난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이 있어서 한국인 팬들이 있다는 것이 나에게는 너무나도 중요하다. 한국 팬들이 이 책을 통해 나라는 사람을 더 이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덧붙여 한국 방문 계획도 전했다. "한국은 아주 많이 방문할 것 같다. 2주 후에도 방문계획이 있다. 나는 한국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 한국에 내 뿌리를 만드는 것이 나에겐 매우 중요하다. 이전에는 5년에 한 번 정도 한국을 방문했다면 이제는 더 자주 방문하고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을 이해할만한 기회가 생긴것 같아서 더 자주 방문하고 싶다."

하지만 아직 한국에서 레스토랑을 열 계획은 없다. "미국에서의 삶이 바쁘기 때문에 한국에서 식당을 열게되면 내가 거기 있을 수가 없다. 불가능하다. 그런 식당을 한국분들에게 보여드리는 것은 옳지 않다. 물론 영원히 안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있고 내 에너지가 충분히 거기에 집중할 수 있을 때는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된다면 한국분들이 누리셔야할 수준의 레스토랑을 열게 될 것이다. 그냥 열어두기 위해 레스토랑을 오픈하는 셰프는 되고 싶지 않다."

'흑백요리사'를 통해 한국에서도 스타덤에 올랐지만 특별히 바뀐 점은 없다. 그는 "한국을 방문할 때 사진 요청이 확실히 많이 늘어났다. 그건 굉장히 마음 따뜻해지는 일이고 감사한 일이다. 팬들이 와서 사진 찍고 싶어하고 대화하고 싶어한다"면서도 "하지만 내 삶이 크게 바뀐 것은 없다. 아버지 역할도 하고, 매일 일을 하러간다. 한가지 달라진 점이 있다면 더 많은 기회가 나에게 주어졌다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당시 에피소드도 풀어놨다. "첫 경연 때 좀 늦게일어나서 불편한 신발을 신고 첫번째 챌린지에 참여앴는데 다음 단계로 넘어가게 됐다. 그래서 경연이 다 끝날때까지 이 불편한 신발을 신고 참여했다. 다른 편안한 신발을 잔뜩 가지고 왔지만 그랬다.(웃음)"

가장 화제가 된 두부챌린지도 떠올렸다. "내 강점은 30년 요리 경력이었다. 다양한 요리를 먹어봤고 먹기 위해 여행을 했다. 그 경험들이 머릿속에 저장돼 있기 때문에 이런 주제가 주어졌을때 생각을 오래할 필요가 없었던 것 같다. 본능을 믿고 요리했다."

한국 셰프들과 미국 셰프들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사실 '흑백요리사' 당시에는 너무 시간이 없어서 다른 셰프들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는 보지 못했다. 하지만 느꼈던 점은 한국 셰프들은 매우 정확하게 요리하고 훈련하고 배운 것을 바탕으로 요리하는 것 같다. 과도한 일반화일 수도 있지만 미국 셰프들은 좀 더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수하면서 도전해보는데 한국은 훈련을 바탕으로 정확한 요리를 만드는 것 같다."

▶'스모크&피클스' 한국어판 은 내게 특별한 의미

이번에 내놓은 '스모크&피클스'에 대한 설명도 덧붙였다. 에드워드 리는 "일단 내 책이 한국에서 나오게 된게 나에게는 너무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 책은11년 전에 미국에서 나왔고 내 딸이 태어난 그 주에 발행됐다. 내 책이 한글 제목을 달고 이렇게 나오는 것을 나는 상상도 못해서 굉장히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경험을 느낀다. 책의 한글을 보고 굉장히 감격스럽다"며 "이 책의 레시피를 보면 알다시피 내 어린 시절 한국 음식의 맛들이 다 들어가 있다. 요리에 대한 내 아이디어, 철학 등 모든 것들이 이 책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이 나에게도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이미 세 권의 책을 발간한 셰프 겸 작가다. "이 책 외에도 내게는 두개의 요리책이 더 있다. 아무래도 같은 출판사에서 나올 것 같은데 '스모크&피클스'에서 모든 것들이 시작됐다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한국 출간을 앞두고 내가 다시 젊은 셰프 시절도 돌아간 것 같아 굉장히 신났다. 당시의 기쁨을 다시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두번째 책은 '버터밀크 그래피티'라는 에세이집이다. 이민자로서 미국의 삶, 경험에 대해 담았다. 세번째 책은 '버번랜드'라는 책인데 버번 위스키에 대한 내 사랑을 담은 책이다. 어떻게 마셔야 하는데 어떻게 요리를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책이다."

작가로 활동하게된 이유도 전했다. "나는 늘 읽고 쓰기를 좋아했고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했다. 쓰기는 요리와는 매우 다르지만 내 생각에는 최고의 예술을 보여주는 방식이 요리이고 다음은 쓰기인것 같다. 다른 예술 장르도 있지만 나에게는 이 두가지가 최고의 예술이다."

에드워드 리는 또 "책은 주로 늦은 밤에 썼다. 밤 11시부터 새벽 3시에 매주 2~3회 집필했다. 그 시간에 해야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다. 정말 사랑하고 열정이 있다면 바빠도 해낼 시간을 이렇게 찾아낼 수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할머니의 된장찌개, 미역국 매일 먹었다

에드워드 리가 우리 음식에 애착을 갖는 것도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그는 그 이유에 대해 "어린 시절 먹었던 음식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할머니 된장찌개에는 최고의 손맛이 들어간다. 깍두기, 장조림은 너무 맛있었다. 어릴 때 돈이 많이 없어서 갈비를 자주 먹을 순 없었지만 특별한 날에는 먹었다. 미역국도 매일 먹었고 죽도 마음이 아주 편해지는 음식이었다. 할머니가 레시피를 적어둔 것이 아니라 무조건 손맛으로 했기 때문에 기억을 끄집어 내서 내 요리에 사용했다."

그러면서 서로 다른 음식문화에 대한 생각도 전했다. 에드워드리는 "우리가 음식을 접근하는 방식은 다 비슷하다. 사는 세상이 다르고 재료가 다를 뿐 먹는 방식은 비슷하다. 어떤 문화나 음식들은 또 다른 것들보다 더 연결되어 있는 것을 느낀다. 미국 남부 음식을 예로 들면 돼지고기가 있고 탄수화물로 콘브레드가 있고 피클이라는 절임채소가 있고 채소 사이드가 있다. 이것을 한꺼번에 먹는데 이게 마치 밥에다 갈비 반찬을 해서 먹는 한식과 비슷하다. 우리는 채소 대신 나물이 있고 피클 대신 김치가 있고 이걸 조합해서 먹는데 그런 것들을 발견하면서 굉장히 비슷하다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요즘 오미자에 꽂혀있다. "오미자 하면 보통 오미자차를 많이 떠올릴텐데 나는 그 재료가 전통적인 방식으로 어떻게 사용되는가를 본다. 그 방식을 존중하면서도 다른 방향으로 접근해서 새로운 요리를 만드는 과정을 겪는다. 오미자를 통해 뭔가 개발해서 내 식당에서 오미자를 이용한 요리를 선보일 수 있다면 좋겠다."

▶셰프가 꿈인 젊은 이들에게 해주고픈 이야기

그는 셰프를 꿈꾸는 이에게 조언도 잊지 않았다. "음식은 맛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셰프라면 음식을 통해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맛있는 음식은 누구나 만들어낼 수 있지만 셰프라면 예술가라면 이야기를 이 음식을 통해서 들려줄 수 있어야한다"고 자신의 요리철학을 설명했다. "그 음식에는 만드는 사람 삶의 이야기가 담겨있어야한다. 그래서 셰프는 굉장히 어려운 직업이고 나도 매일 노력하고 있다."

어려운 점도 있다. "셰프는 긴 노동시간이 있어야한다. 성공도 보장되지 않는다. 어둠 속에서 뒤에서 일하고 개인 시간도 별로 없다. 그래서 개인의 삶이 사라지기도 한다. 시간과 에너지가 일에 너무 많이 들어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노력을 이 일에 바치겠다고 결심하는 사람들이 셰프가 되는 것 같다."

꿈을 쫓는 이들에게 말하고 싶은 점도 이것이다. "이 과정이 참 어렵다. 그런데 이 여정의 끝에 상이 기다리는 것아 아니라 여정 자체가 상이라는 점이다. 고생하면서 하다보면 어떤 상이 있겠지가 아니라 나에게 주어지는 내가 사랑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상이다. 이 과정이 참 지루하고 쉽지 않다. 그래서 이 과정 전부를 사랑해야 한다. 접시닦는 것부터 감자 깎는 것까지 빨래를 하고 다리미질을 하는 모든 것들이 아름다운 할일이다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