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3라운드에 체력과 부상 문제가 같이 왔다. 휴식기에는 최대한 부상 회복과 체력 보완에 초점을 뒀다."
알고도 못막는 다양한 공격 옵션을 지녔다. 오랫동안 동고동락해온 주전 선수들간의 '눈빛 팀워크' 덕분이다.
하지만 주전으로 출전시간이 늘면 자연스럽게 체력 부담도 따른다. 강성형 현대건설 감독이 가장 경계하는 부분이다.
8일 도로공사전은 '상대가 넘어질 때까지 버틴다'는 전략이 가능한 현대건설의 단단한 팀컬러가 돋보인 경기였다.
1~2세트만 해도 도로공사의 파상공세에 그대로 무너지는 듯 했다. 하지만 3세트를 따낸 뒤 분위기가 달라졌다. 언제 그랬냐는듯 4~5세트에서 상대를 강하게 몰아붙이며 결국 역스윕을 이뤄냈다.
하지만 4세트 초반 대들보 양효진이 무릎을 감싸쥐며 나현수와 교체돼 지켜보던 이들의 가슴을 철렁 내려앉게 했다. 이날 나현수는 2세트에는 모마 대신 아포짓, 4세트에는 양효진 대신 미들블로커로 뛰었다.
양효진은 웜업존 뒤쪽에서 트레이너와 함께 무릎 상태를 점검하고, 꼼꼼하게 다시 테이핑을 한 뒤 세트 중반쯤 코트로 돌아왔다. 이날 양효진은 28득점을 올린 '주포' 모마를 도와 12득점 3블록으로 승리에 공헌했다.
경기 후 만난 양효진은 "나도 당황했다"고 했다. 날씬한 양효진이지만, 1m90의 거구인데다 쉴새없이 수직 점프가 이어지는 종목이 배구인 만큼 무릎에 걸리는 부하는 엄청나다. 평소에도 고질적인 무릎 통증을 달고 사는 그다. 이날 임명옥과 타나차를 중심으로 한 도로공사의 거미줄 디그에 당황했다는 속내도 덧붙였다.
이날은 휴식기를 마친 뒤 4라운드 첫 경기였다. 양팀에겐 을사년 새해 첫 경기이기도 했다.
강성형 감독은 "부상 치료, 체력 회복에 중점을 뒀다"고 강조했다. "백업이 탄탄하면 교체를 많이 하면서 뛸 수 있을텐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경기가 몰리는 경우에는 체력이 문제가 된다"라며 타이트한 리그 일정에 아쉬움을 표했다.
이어 부상 선수들의 회복에 대해서는 "고민지는 아직 재활중이고, 황연주는 원정 같이 다닐 정도로 회복됐다. 3라운드 때 김연견과 정지윤은 허리 부상, 모마는 무릎 부상이 있었는데, 아직도 100%는 아니다. 그래도 최대한 몸상태를 끌어올릴 수 있게 했다. 모마 혼자서는 이길 수 없다. 다른 선수들이 힘을 내서 도와줘야한다"고 강조했다.
정지윤은 시즌초 좋았던 흐름을 보여주지 못하는 상황. 대신 고예림이 그 공백을 메우며 리시브를 안정시켰고, 공격에서도 9득점을 따내며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강성형 감독은 고예림의 활약에 만족감을 표하는 한편 정지윤에게도 "더 노력해야한다"고 했다.
휴식기 동안 양효진은 뭘 했을까. 그는 "얌전히 '집콕' 하면서 쉬었다. 덕분에 후반기 다시 준비하는데 시즌을 새로 시작하는 느낌이었다"며 웃었다.
이날의 위기와 반전 포인트에 대해선 "최대한 버텨보려고 했다. 배구는 5세트 경기니까, 잘 버티면 언젠가 찬스가 온다. 그게 우리팀의 최대 강점"이라고 했다.
시즌 전체로 봐도 마찬가지다. 현대건설은 1라운드 5승1패, 2~3라운드 4승2패로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3라운드 마지막 경기였던 페퍼저축은행전에서 패했지만, 이날은 고전 끝에 승리를 따내며 반전 포인트를 만들었다.
다만 전날 선두 흥국생명이 최하위 GS칼텍스에 잡히면서 승점 동률을 이룰 수 있는 찬스였는데, 승점 2점 획득에 그치면서 1점차 추격에 만족해야했다.
"흥국도 잘한 것 같은데, 실바가 정말 이를 악물고 뛰더라. 우리였어도 쉽지 않았을 경기였다. 정말 누구 하나 쉬운 팀이 없다."
2세트 끝나고 흐름이 바뀐 이유는 뭘까. 양효진은 "경기가 힘들 때는 특별한 생각을 안하는게 더 도움이 된다. 조급해하지 않는게 중요하다. 3세트를 1세트 하듯이 치르면서 버텨내면, 결국 기회가 온다. 선수들끼리 소통하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강조했다. 안정감의 현대건설을 이끄는 선수다운 얘기다.
김천=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