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부활과 생존의 방법, 2루 겸업도 방법이 될까.
계약은 했다. 하지만 계약으로 끝이 아니다. 1년 후 또 생존을 걱정해야 할지 모르는 처지가 됐다. 올해 정말 치열하게 야구를 해 존재감을 각인시키는 방법밖에 없다.
'FA 미아' 위기를 탈출한 하주석 얘기다. 하주석은 8일 한화 이글스와 보장 9000만원에 옵션 2000만원을 더해 1년 총액 1억1000만원 '초라한' FA 계약을 체결했다.
2012년 프로 데뷔 후 한화의 간판 선수로 커리어를 쌓으며 생애 첫 FA 자격을 얻었지만, 타이밍이 너무 좋지 않았다. 기량 저하, 잦은 구설로 이미지가 좋지 않은 가운데 원소속팀 한화는 FA 시장이 열리자마자 동포지션 심우준을 50억원에 데려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하주석은 FA B등급을 받았다. 보상 선수가 발생하니, 그에게 관심을 표하는 팀이 없었다. 사인앤드트레이드도 답이 없었다. 그래도 '의리의 한화'가 하주석을 품어줬다. 단년이지만 억대 계약을 한 자체에 감사할 상황이 됐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1년만 야구하고 그만할 게 아니다. 경쟁력을 보여줘야, 내년 연봉 협상에서 올해 설움을 풀 수 있다.
그런데 자리가 없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50억 사나이' 심우준이 왔다. 그가 부상을 당하거나 0할대 지독한 부진에 빠지지 않는 한 주전 유격수다. 백업도 이도윤, 황영묵이 있다. 김경문 감독은 이미 지난 시즌 부임 후 이 두 젊은 선수들의 가능성을 봤다.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기조차 쉬운 상황이 아니다. 그렇다고 걱정만 할 수는 없다. 자신의 강점을 살려야 한다. 결국 하주석이 후배들과의 경쟁에서 돋보일 수 있는 건 타격이다. 프로 입단 전 '이영민 타격상' 수상자다. 유격수 치고는 펀치력이 있어 풀타임으로 뛰면 두자릿수 홈런에 2할 후반대 타율이 가능하다.
2루 전향이나 겸업을 생각해볼 수 있는 타이밍이다. 하주석도 이제 30세가 넘었다. 그리고 원래 몸이 크고, 민첩한 스타일이 아니었다. 갈수록 수비 반경도 좁아지고 있다. 한 구단에서는 그의 영입을 고려하다, 유격수로서 수비 자체에 의문 부호를 붙이고 발을 뺀 경우도 있다.
하지만 2루라면 얘기가 다르다. 어깨는 좋다. 2루는 유격수 자리보다 수비 커버에 대한 부담이 덜하다. 그러면서 타격 장점을 살릴 수 있다. 김 감독은 타선 극대화를 위해 안치홍을 2루에 주로 투입했지만, 안치홍은 수년 전부터 2루 수비 문제로 인해 1루 출전이 늘어난 케이스다. 황영묵도 2루 수비에는 문제가 없지만, 방망이가 필요할 때 아쉽다. 하주석이 방망이 감만 잡아 2루에서 뛰어준다면, 한화 타선과 수비 짜임새가 한층 좋아질 수 있다.
물론 이것도 하주석이 스프링캠프에서 얼마나 준비된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가능성이 생길 수 있다. 물론 김 감독의 의중이 가장 중요한 일이기도 하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