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2024년 국회의 대한축구협회(KFA) 현안 질의에서 시작된 폭풍이 결국 회장 선거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까지 이어졌다. 4년을 이끌 제55회 KFA 회장은 8일 세상에 나올 예정이었다. 그러나 법원이 선거를 하루 앞둔 7일 제동을 걸면서 회장 선거가 연기됐다.
1차적인 책임은 회장 선거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선거운영위원회에 있다. 정몽규 현 회장에게 도전장을 낸 허정무, 신문선 후보가 줄기차게 공정 선거를 주문했다. '오얏나무 아래에선 갓끈도 고쳐매지 말라'라고 했지만 안일한 현실 인식이 결국 발목을 잡았다. 분명 귀담아 들을 부분이 있었지만 방기했다. 일례로 선거운영위원(변호사 4명, 교수 3명, 언론단체 소속 1명)의 공개는 충분히 수용 가능했다.
급기야 허 후보는 지난달 30일 KFA를 상대로 회장 선거가 불공정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선거를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임해지 부장판사)는 "선거의 공정을 현저히 침해하고 그로 인해 선거 절차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될 만한 중대한 절차적 위법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더 큰 지적은 선거가 실시되더라도 무효화 소송이 제기될 수 있다는 우려였다. '승자'는 없었다. 한국 축구의 어두운 민낯만 다시 드러났다. "나도 한 명의 후보일 뿐"이라고 밝힌 4선 도전에 나선 정 후보도 피해자였다.
후폭풍은 계속되고 있다. KFA는 이날 선거운영위원회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다. 하지만 결론을 내기 쉽지 않은 문제라 시간이 꽤 걸릴 것으로 보인다. 선거운영위원의 면면은 이날 뒤늦게 후보 측에 제공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선거인단을 어떻게 재구성할지가 가장 큰 현안이다. 선거인단은 시·도협회 회장 17명, K리그1 대표이사 12명, 전국연맹 회장 5명 등 총 34명의 대의원과 추첨으로 선정하는 각급 선수·지도자와 심판 등 160명 등 194명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개인정보 동의를 받는 과정에서 21명이 이탈하면서 173명으로 줄어들었고, 법원이 칼을 들이댔다.
축구협회 회장선거관리규정에는 '위원회는 동의서를 제출하지 아니하거나 개인정보의 수집과 이용 및 제공에 관한 동의를 하지 않은 사람에 대해서는 선거인 추첨 시 제외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축구협회는 선수, 지도자가 15만명이 넘는 거대 단체다. 촉박한 시간에 이들을 대상으로 개인정보 동의를 받기까지는 물리적인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는데 탈이 났다.
선거운영위는 대책을 찾고 있다. 정 후보는 선거인단 재구성 등 어떤 결론이 나오든 받아들인다는 계획이다. 그는 "재판부의 결정을 존중하며, 제기된 절차상 하자를 보완하여 조속히 선거가 실시되기를 선거운영위에 요청드린다. 나 또한 향후 결정하는 방법과 일정에 따라 규정을 준수하며 선거에 변함없이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허 후보와 신 후보 측은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며 적시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전까지는 선거를 치를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 후보의 경우 "선거운영위를 해산하고, 선거를 중앙선관위에 위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중앙선관위가 개별 체육단체의 선거 업무를 맡아줄지는 미지수다. 선거 위탁 비용도 간과할 수 없다.
허 후보의 경우 선거가 연기되면서 '나이 제한'에 걸렸다. 선거 규정에는 후보자는 선거일 당일 만 70세 미만이어야 한다. 1955년 1월 13일생인 허 후보는 70세를 넘게 된다. 허 후보는 "불이익이 당할 수 있는 점을 알고 있었지만, 그것보다도 축구협회의 불공정, 불투명을 개혁하겠다며 출마한 취지를 더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문제도 전향적으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꼬일대로 꼬인 매듭을 풀기 위해서는 선거운영위는 각 후보 측과 머리를 맞대야 한다. 선거인단의 '선추첨→후동의'를 다시 도입할 경우 모든 후보들이 납득할 수 있는 공정하고, 투명한 방식이 담보돼야 한다.
새 회장의 임기는 1월 22일 시작될 예정이었다. 충남 천안에 건립 중인 대한민국 축구종합센터와 북중미월드컵 예선 등 현안이 산적해 있지만 KFA의 '회장 공백' 사태는 한동안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