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플랜C'는 정말 예상 밖이다.
보통 '플랜A'는 '반드시 실행해야 하는 계획'이다. 그래서 분야나 조직을 가리지 않고, '플랜A'를 성사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 한다.
그러다 간혹 변수가 생겨 '플랜A'를 성공시키지 못하는 경우를 대비해 '플랜B'라는 게 존재한다. 플랜A가 실패했을 때 가동하는 계획. 그래서 A보다 완성도가 약간 떨어지는 대신 성사가능성이 높다. '보험'이라고도 불린다. 보통은 이렇게 '플랜 A'와 '플랜 B' 정도를 가동한다. 플랜 B까지만 달성해도 성과는 꽤 인정받을 수 있다.
하지만 '플랜 C'는 성격이 다르다. 그럴 듯하게 들리긴 해도 현실적으로 볼 때는 두 번의 실행 계획이 실패하고 난 뒤에 가동하는 세 번째 방안이다. 그래서 가급적 '플랜 C'는 등장하면 안된다. 성공해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 플랜 C는 '사태 수습방안'이다.
메이저리그 스토브리그 시장에 FA(자유계약)로 나온 내야수 김하성(29)에 대한 평가가 딱 여기까지 떨어졌다. '플랜 C'라는 꼬리표가 달려버렸다.
바꿔 말하면 '괜찮은 선수들을 영 못 잡겠을 때, 마지못해 저렴한 값에 데려갈 만한 선수'라는 뜻이다. 여기까지 평가 레벨이 떨어지면, 절대 큰 계약을 기대할 수 없다. 큰 계약은 커녕 'FA 미아신세'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김하성의 앞에 냉혹한 현실이 놓였다.
당초 김하성은 FA 시장에서 꽤 각광을 받을 것으로 기대됐다. 2023년 내셔널리그 유틸리티부문 골드글러브 수상자다. 수비 능력은 이미 검증이 끝났다. 타격이 매우 뛰어나진 않아도 어느 정도 기본은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래서 샌디에이고와 2025년 800만달러의 뮤추얼 옵션이 있었지만, 이를 받지 않고 과감히 FA를 선언했다.
그러나 시장의 온도가 급변했다. 김하성은 '가장 인기 없는 FA'로 분류되고 있다. 시장 초반에는 샌프란시스코를 비롯, LA다저스와 뉴욕 양키스, 애틀란타 브레이브스 등이 관심을 갖고 있다는 현지 보도가 나왔지만, 별다른 진전은 없었다.
MLB닷컴도 회의적인 시각으로 변했다. 29일(한국시각) '각 팀에 적합한 1명의 현실적인 FA 타깃'이라는 내용의 특집 기사를 내보냈다. MLB닷컴에서 활동하는 30개 구단 담당 기자들이 직접 선수를 추천하고 이에 대한 이유를 밝힌 기사. 김하성의 이름이 딱 두 번 언급됐다. 밀워키 브루어스와 탬파베이 레이스 담당기자들이 '영입할 만 하다'고 추천했다.
단, '주전과 유망주 백업을 위해 저렴한 1년 계약으로 데려올 만 하다'는 공통된 의견이 첨가됐다. '싼 맛에 쓰는 예비용'이라는 뜻이다. 모두 어깨 부상으로 내년 시즌 복귀 시점이 불투명하다는 것을 치명적인 단점으로 찍었다.
이보다 더 낮은 평가도 나왔다. 디트로이트 지역 매체인 디트로이트 프리 프레스는 '디트로이트가 FA 내야수 알렉스 브레그먼(30) 영입을 노린다'고 전하며 이에 실패할 경우 '플랜B로 앤서니 산탄데르(30)를 데려올 만 하다고 언급했다. 여기에서도 실패할 경우 그 다음에 고려할 만 한 게 김하성의 영입이다.
충격적인 내용이 아닐 수 없다. 김하성은 마켓의 관심을 전혀 못 받고 있다는 뜻이다. 부상 이력이 발목을 잡는다. 김하성은 지난해 어깨를 다쳐 수술을 받고 재활 중이다. 언제 돌아올 지 모른다.
김하성의 에이전트인 스콧 보라스는 '4월 말 복귀'를 호언장담하고 있다. 아무도 믿지 않는다. 오히려 샌디에이고 A.J.프렐러 단장이 김하성의 복귀시점에 관해 남긴 말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프렐러 단장은 지난 10월 22일 현지 매체들과 인터뷰에서 "김하성의 복귀 시점은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다"라며 "어쩌면 7월까지 안될 수도 있다"는 부정적 발언을 했다 .MLB 모든 구단들이 에이전트보다는 프렐러 단장의 말을 더 신뢰한다.
수비 능력에 비해 약한 타격도 마이너스 요인이다. 디트로이트는 2루수 글레이버 토레스와 1년-1500만 달러에 사인했다. 여러모로 김하성과 비교되는 인물인데, 지난해 홈런 15개를 쳤다. 통산 138홈런을 기록 중이다. 수비도 건실한 편이다. 공격 능력이 수비능력과 함께 시너지를 만드는 유형이다.
이런 선수가 1년-1500만달러에 계약했다. 여러모로 김하성의 계약 기준선이 될 수 밖에 없다. '저렴한 단기계약'의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난다. 1년-1000만 달러 미만이라면 '수습용'으로 데려가는 팀이 나올 수도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