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이번에도 먼저 떠난다.
LG 트윈스의 올시즌 최고 '히트작'인 손주영이 내년시즌에도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 선발대로 나선다.
손주영은 올해도 선발대로 애리조나로 떠났었다. 캠프 출발 열흘전인 1월 20일 손주영과 정우영 이지강 김윤식 이상영 강효종 등 투수 6명이 선발대로 먼저 애리조나에서 훈련을 했었다. 6명 모두 올시즌 잘하고 싶은 이유가 있었고, 각오를 다졌으나 결과는 달랐다.
군복무를 마치고 팔꿈치 수술까지 했던 손주영은 벼랑끝이라는 심정으로 전지훈련에 임했다. 26세의 나이로 6명의 선발대 중 가장 나이가 많았던 손주영은 김윤식과 5선발 경쟁을 하던 상황. 손주영은 애리조나로 떠나면서 "(김)윤식이가 나보다 앞서있지만 나도 연차가 쌓였다. 군대도 다녀왔고 아픈 곳도 없다. 잘해야 하는 시기다. 무조건 로테이션에 들어가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그 절실한 마음이 통했다. 충실히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치른 손주영은 5선발로 낙점을 받고 정규리그에 나섰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반전을 끌어냈다.
첫 등판이었던 3월 28일 잠실 삼성전서 6이닝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되더니 이후 2경기까지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꾸준히 로테이션을 돌면서 5이닝 전후를 책임지면서 선발로서의 경험을 쌓아갔다. 등판이 거듭될수록 더 잘했다. 이닝 소화력도 좋아져 7이닝도 곧잘 던지기도 했다.
28경기에 등판해 9승10패 평균자책점 3.79를 기록했다. 마지막 등판인 9월 26일 잠실 키움전서 선발로 10승을 도전하지 않고 중간으로 던져 1이닝만 소화해 규정이닝을 채우는 것으로 자신의 첫 풀타임 선발 시즌을 마무리했다.
144⅔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전체 8위, 삼성 원태인(3.66)에 이어 국내 2위의 성적표를 얻었다.
10승에 도전할 수도 있었지만 첫 풀타임 시즌에 이미 많은 이닝을 던졌고 포스트시즌에도 던져야 해 개인적인 욕심을 내지 않았다.
그리고 포스트시즌에서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KT 위즈와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서 두번째 투수로 등판해 5⅓이닝 2안타 무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고, 5차전에서도 2이닝 퍼펙트로 승리를 이었다. 아쉽게 삼성 라이온즈와의 플레이오프 4차전서 팔꿈치 통증으로 자진 강판돼 끝까지 던지지 못했고, 프리미어12에도 출전하지 못했다. 그래도 큰 부상이 아니라 내년시즌을 준비하는데는 지장이 없다.
최원태가 삼성 라이온즈로 떠나 내년엔 5선발이 아닌 주축인 4선발로 나서야 하는 상황. LG가 굳이 최원태를 잡지 않은 것은 손주영의 성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올해 성공을 이어가기 위해 손주영은 내년에도 선발대로 먼저 애리조나에 간다. 올해 성공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 진짜 실력임을 보여주기 위한 담금질을 한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있는 선수중 유일하게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던 손주영이 내년엔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던질 수 있을까. 손주영이 잘던지면 그 꿈이 더 가까워진다.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