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롯데 자이언츠 역사상 최고 외인 투수의 자리. 이제 '찰리 반즈'로 이름표가 바뀔까.
반즈는 내년에도 부산에서 뛴다. 롯데와 총액 150만 달러(보장 135만, 인센티브 15만)에 재계약을 맺었다. 2022년 처음 롯데 유니폼을 입은 이래 4번째 시즌을 앞두고 있다.
롯데 역사상 최고 외인은 논란의 여지가 있을수 있지만, 그 범위를 '투수'로 한정하면 주인공은 명확하다. 2015~2019년 5년간 활약한 브룩스 레일리다.
특히 최근 12년간 단 1번, 2017년 박세웅-린드블럼과 더불어 롯데의 가을야구 진출을 이끈 주역이다. 레일리의 커리어 하이 시즌이다. 30경기에 선발 등판, 187⅓이닝을 소화하며 13승7패(완투 1) 평균자책점 3.80으로 호투했다. 이해 이닝-탈삼진 5위, 다승 6위, 평균자책점 9위를 기록했다.
5년간 큰 부상 없이 매시즌 30경기 이상(총 152경기) 선발등판, 통산 910⅔이닝을 소화했다. 이닝 또한 큰 기복없이 178⅓~187⅓이닝 사이를 오가는 등 꾸준함 그 자체였다.
48승53패, 평균자책점 4.13이란 통산 성적은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레일리의 성적은 선수 개인보다는 팀 전력에 좌우된 면이 크다. 기량은 물론 성실함과 헌신적인 성격이 돋보인 선수다.
롯데가 매년 재계약을 택한 이유, 그리고 레일리가 이후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신시내티 레즈-휴스턴 애스트로스-탬파베이 레이스-뉴욕 메츠를 거치며 KBO 출신 외인의 역수출 모범 사례로 남은 이유가 있다.
특히 48승은 1998년 프로야구 외국인 선수 도입 이래 27년 동안 롯데 외국인 투수 통산 최다승 기록이다. 레일리의 존재감에 비할만한 투수로 유먼(3시즌 38승) 스트레일리(4시즌 32승) 린드블럼(3시즌 28승) 등이 있지만, 커리어의 꾸준함이나 누적 등에서 조금씩 부족하다. 거듭된 재계약이야말로 팀에게 주는 신뢰의 상징이다.
그런 의미에서 반즈의 4번째 시즌은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첫 데뷔 당시 반즈에 대한 기대치는 스트레일리의 뒤를 받칠 2선발 기교파 외인투수였다. 이처럼 롱런할 거란 기대감이 크진 않았다.
하지만 현실은 기대 이상이었다. 평균 143~145㎞에 달하는 직구는 KBO리그 기준 좌완 투수로는 빠른편에 속한다. 여기에 좌타자를 쩔쩔 매게 만드는 날카로운 슬라이더가 있고, 커브와 체인지업의 구위도 눈부셨다.
격한 성격으로 인해 종종 멘털이 흔들리는게 약점으로 지적됐지만, 올해 ABS(자동볼판정 시스템)의 도입이 날개를 달아줬다. 이젠 오히려 그 누구보다 냉정한 외인 투수로 변모했다. 시즌 도중 허벅지 내전근 부상으로 한달 넘게 결장한 게 아쉽지만, 불과 150⅓이닝을 던지고도 무려 171개의 탈삼진으로 전체 3위에 올랐을 정도다.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 또한 스탯티즈, 스포츠투아이 공히 리그 투수 전체 4위다. 데뷔 첫해 총액 61만 달러에 불과했던 연봉이 3배 가까이 오른 이유가 있다.
반즈는 롯데 통산 32승28패를 기록중이다. 레일리를 넘어서려면 내년 시즌 17승이 필요하다. 만약 17승을 달성한다면 스트레일리의 롯데 외국인 투수 단일 시즌 최다승(2020, 15승)도 넘어서게 된다.
그리고 반즈가 롯데 통산 최다승, 단일 시즌 최다승 외인이 될 정도의 호성적을 거둔다면, 롯데는 숙원인 가을야구 진출을 달성할 가능성이 높다. 반즈에게도, 롯데에게도 최상의 결과다.
기록상 롯데 역사상 최고의 임팩트를 남긴 '검은 갈매기' 펠릭스 호세를 넘어서는 것도 마냥 꿈은 아니다. 물론 호세를 넘어서려면 1999년 이래 25년간 실패한 한국시리즈 진출의 성과 또한 필요하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