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FA 신청하기 하루 전날 단장님과 1시간 정도 면담을 했다. 그 자리에서 '나는 이 팀에 남고 싶다'고 조금 강하게 이야기를 많이 했던 것 같다."
사이드암 투수 임기영(31)은 FA 시장에 나오면서도 오직 KIA 타이거즈만 생각했다. 올 시즌 성적이 좋지 않아 FA 신청 직전까지 고민을 거듭했지만, 선수에게 FA 권리는 매우 귀하고 값지다. 임기영은 FA 신청으로 결심을 굳히고 심재학 KIA 단장을 찾아가 1시간 동안 면담을 진행했다. 사실상 '나를 꼭 잡아달라'고 어필하는 자리였다.
임기영은 "FA 신청하기 전에 에이전트랑 신청을 할지 말지 고민을 많이 했다. FA를 신청하기 전날에도 단장님과 1시간 정도 면담을 했다. 그 자리에서 나는 이 팀에 남고 싶다고 조금 강하게 이야기를 많이 했다. 단장님께서도 '어떻게든 잡는다'라고 이야기해 주셨고, 실제로 단장님께서 신경을 많이 써 주셨다"고 지난 한 달을 되돌아봤다.
임기영은 21일 KIA와 계약기간 3년, 계약금 3억원, 연봉 9억원, 옵션 3억원 등 총액 15억원에 계약을 마쳤다. 처음에는 구단과 금액에 이견이 있어 합의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렸지만, 잔류를 1순위로 염두에 두고 있었기에 해를 넘기지 않고 계약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임기영은 22일 스포츠조선과 통화에서 "그래도 구단이 더 늦지 않게 빨리 계약을 해 주셔서 다행이다. 구단에서도 많이 신경을 써 주셔서 좋은 계약을 한 것 같다. 그냥 빨리 계약을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내가 작년처럼 더 잘했으면 결과가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냥 그건 아쉬움일 뿐"이라며 첫 FA 계약을 잘 매듭지은 것에 만족했다.
KIA를 떠날 수 없었던 이유는 단순하다. KIA에서 임기영이라는 선수가 꽃을 피워서다. 임기영은 경북고를 졸업하고 2012년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전체 18순위로 한화 이글스에 입단했다가 2013년 12월 송은범(현 삼성 라이온즈)의 FA 이적 보상 선수로 처음 KIA 유니폼을 입었다. 선발과 불펜을 가리지 않고 팀이 필요한 자리면 어디든 나섰고, 프로 선수의 성공 척도인 FA 계약에도 성공했다. KBO리그 통산 성적은 11시즌, 285경기, 51승59패, 21홀드, 4세이브, 867이닝, 평균자책점 4.80이다.
임기영은 "내가 KIA에 안 왔으면 솔직히 지금까지 있었을까 그런 생각이 많다. 어떻게 보면 제일 고마운 팀이고, 그래도 KIA에 와서 2017년도에 우승을 경험하기도 했다. KIA는 내게 제일 고마운 팀"이라고 힘줘 말했다.
그래서 올해 KIA의 통합 우승에 기여하지 못한 아쉬움이 컸다. 임기영은 시즌 개막과 함께 왼쪽 옆구리 내복사근이 미세손상되는 바람에 모든 게 꼬였다. 예비 FA 시즌이고, 또 팀이 1위를 달리고 있다 보니 빨리 보탬이 되고자 했던 게 오히려 독이 돼서 발목을 잡았다. 임기영은 올 시즌 37경기, 6승2패, 2홀드, 45⅔이닝, 평균자책점 6.31에 그쳤다. 결국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탈락하는 아픔을 피할 수 없었고, 다음 시즌 목표는 자연히 "2년 연속 우승에 기여하는 것"으로 설정했다.
임기영은 KIA 팬들에게 올해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올겨울 더 철저히 준비하려 한다. 그는 "올 시즌에는 너무 안 좋은 모습을 보여 드려서 내년에는 작년 같은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해야 된다. 또 FA 계약을 했기에 그에 맞게 보여드려야 하는 게 제일 큰 목표"라고 힘줘 말했다.
가족에게 좋은 남편이자 아빠가 되겠다는 다짐을 이어 갔다. 임기영은 "아내가 옆에서 고생을 많이 했는데 티를 안 내도 혼자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고맙고, 좋은 남편이자 아빠가 되도록 내년에는 야구장에서 그런 모습을 보여 드려야 될 것 같다"고 답하며 미소를 지었다.
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