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사상 초유의 통합 4연패를 이뤘지만, 대한항공은 지치지 않는다. 형들이 이뤄낸 영광은 동생들에겐 목표이자 채찍질이 된다.
11승5패(승점 35점). 대한항공은 현대캐피탈(승점 40점)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외국인 선수 요스바니가 시즌초 장기 부상을 끊었고, 정지석 김규민 등 핵심 선수들도 시즌초 몸이 좋지 않았다. 주전 리베로 정성민은 아직 부상에서 복귀하지 못한 상황.
그래도 대한항공은 발빠르게 대처하며 최대한 전력 공백을 메웠다. 대체 외국인 선수 막심을 영입했고, 정지석에 이어 곽승석까지 리베로로 활용하며 수비에 안정감을 더하고 있다.
4년차 아웃사이드히터 정한용(23)이 있기에 가능한 선택이다. '석석듀오(정지석 곽승석)'의 벽을 뚫고 마침내 날아오르는 시즌이다. 올시즌 서브 1위, 득점 5위, 공격종합 9위 등 대한항공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미들블로커 역시 김민재(21)가 있어 든든하다. 부상에서 돌아온 이준(25)까지, 2021~2022시즌 드래프트 출신 3인방이 그대로 대한항공다운 두터운 뎁스를 형성하고 있다.
토미 틸리카이넨 대한항공 감독은 "어린 선수들이 오랜시간 열심히 준비해왔다. 특히 정한용은 나와 함께 대한항공 커리어를 시작한 선수다. 실전에 뛰지 못할 때도 팀을 위해 큰 기여를 해왔다"고 돌아봤다.
이어 "감독의 역할은 선수들을 성장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선수들 개개인 입장에선 그 기회가 공평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기회가 왔을 때 낚아채는 게 선수의 능력"이라고 설명했다.
20일 OK저축은행전 역시 대한항공의 힘을 보여준 경기였다. OK저축은행 특유의 끈질긴 수비 앞에 위축되지 않고 기어코 뚫어냈다. 정한용은 16득점, 김민재는 15득점 4블록을 기록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이제 대한항공은 현대캐피탈과의 크리스마스 매치를 앞두고 있다. 앞서 세트스코어 2대3, 1대3으로 모두 패한 1~2라운드를 설욕할 기회다. 선두 추격의 발판이 될 중요한 경기다.
정한용은 '벽을 깨고 날아오른 한해'라는 표현에 "아직 만족할 상황은 아니다. 공격이나 리시브 모두 끌어올려야할 부분이 많다"며 선을 그었다. 이어 "상대가 잘한 거는 줘야한다. 결국 우리 배구를 잘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는게 중요하다"고 스스로를 다잡았다.
승기를 잡은 순간 압도하는 대한항공다운 기세가 돋보인다. '공 하나를 소홀히 하지말라', '기회를 잡으면 숨쉴틈 없이 몰아붙여라'라는 틸리카이넨 감독의 배구 철학에 정확히 부합하는 모습이었다.
정한용은 현대캐피탈과의 라이벌리에 대해 "라이벌이라는 생각까진 없다. 다만 몇년간 우리와 좋은 경기를 펼쳤던 팀이니까, 올해도 꼭 이기고 올라가고 싶다"며 의지를 활활 불태웠다. 플레이오프 양상에 대해서도 "위에서 기다리는 편이 훨씬 좋다고 생각한다"며 미소지었다.
김민재는 "36경기 중 한경기일 뿐"이라면서도 "정말 중요한 경기다. 우리 자신을 믿고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거들었다. 김민재는 미들블로커임에도 빠른 발과 넘치는 탄력으로 대한항공의 3인 블로킹을 만들어내는 주역이다. 대한항공은 현대캐피탈(세트당 2.6개)에 이어 올시즌 블로킹 2위(세트당 2.485개)를 기록중이다.
김민재는 최민호(현대캐피탈)에 이어 속공 2위에 올라있지만, 블로킹은 7위다. 김민재는 "블로킹이 내 약점이다. 상대의 움직임을 읽고 따라가는 게 아직 부족하다. 감독님 피드백을 잘 받아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며 의지를 다졌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