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합리적 소비는 '저렴한 가격'에 초점이 맞춰졌으나, 오늘날 소비자들은 단순한 가격보다 '시간과 노력 절약'에 더 높은 가치를 두고 있다. 이에 따라, 편리함과 효율성을 위해 비용을 기꺼이 지불하는 새로운 소비 형태가 등장했다. 이를 보여주는 신조어가 바로 '심플렉스(Simplex)'다. '심플렉스'는 '간단함(Simple)'과 목적을 위해 투자하는 소비(Flex)의 합성어로, 편리함과 효율성을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여는 소비 트렌드를 의미한다.
이러한 소비 변화의 중심에는 1인 가구와 2030세대가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국내 1인 가구 비율은 35.5%로, 2000년(15.5%)의 두 배 이상이다. 이 중 2030세대의 1인 가구 비율은 12.5%에 달한다. 이들은 효율성과 편리함을 중시하며 삶의 질을 높이는 소비를 적극 추구하고 있다. 빠르고 간편한 라이프스타일을 위해 심플렉스 소비를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트렌드에 맞춰 다양한 기업들이 심플렉스족을 겨냥한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 15분1 만에 국물 요리와 구이 요리를 동시에! - 닌자 '콤비 올인원 멀티쿠커'
물가 상승과 건강한 식습관에 대한 관심이 맞물리면서, 더 많은 소비자가 집에서 직접 요리를 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1인 가구는 시간이 부족해 여러 요리를 동시에 준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이런 소비자의 니즈를 겨냥해 소형 주방가전 전문 브랜드 닌자(Ninja)가 신제품 '콤비 올인원 멀티쿠커'를 선보이며 주목받고 있다. 이 제품은 스팀과 에어프라이 기능이 동시에 구현돼 예열 시간[1]을 제외하고 단 15분 만에 조리법이 전혀 다른 두 가지 요리를 완성할 수 있다. 하단에서는 된장찌개나 닭볶음탕처럼 끓이거나 찌는 요리가, 상단에서는 삼겹살이나 생선 구이 등의 요리를 동시에 완성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12가지 조리 기능을 지원해 오븐, 밥솥, 찜기, 에어프라이어 등 다양한 주방가전의 기능을 하나의 제품에 담았다. 이 덕분에 좁은 주방 공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공간 활용을 중시하는 1인 가구에 최적화된 제품이다.
▶"빨래는 내가 한다" 시대 끝? 비대면 세탁 서비스 - 비대면 세탁 서비스 '런드리고'
1인 가구에 있어 또 하나의 골칫거리는 '빨래와 건조'다. 빨래 양이 적어 세탁기와 건조기를 모두 갖추기 부담스러운 현실과 더불어, 업무 등으로 외부 활동이 잦아 세탁 시간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늦은 밤에는 층간 소음 문제로 인해 세탁을 미루는 경우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서비스가 바로 비대면 세탁 서비스인 '런드리고'다. 런드리고는 앱을 통해 예약하면 집 앞에서 세탁물을 수거하고 다시 배달해주는 비대면 세탁 서비스다. 수건이나 속옷 같은 일상 빨래뿐만 아니라, 명품 의류와 고급 소재의 옷도 맞춤형 세탁이 가능하다. 간편한 앱 예약과 문 앞 수거·배달 서비스로 편리함과 효율성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 냉난방-제습까지 올인원으로 해결하는LG전자의 '휘센 뷰 사계절 에어컨'
1인 가구 특성 상 주거 공간이 넓지 않아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않는 미니멀 가전이나, 다기능 멀티 가전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니즈를 반영해 LG전자는 냉방, 제습, 온풍 기능을 하나로 통합한 스탠드형 올인원 에어컨인 '휘센 뷰 사계절 에어컨'을 출시했다.
뛰어난 공간 효율과 동시에 하나 둘씩 늘어가는 계절 가전 관리가 귀찮고 힘든 소비자들을 위해 출시된 이번 신제품은 다양한 기능을 한 대로 해결할 수 있어 차별화된 편리함을 제공한다. 또한, 인공지능(AI) 기술을 탑재해 매번 실내 환경에 따라 온도 및 바람을 설정할 필요가 없어 사용이 매우 간편하다. 제품 설치 후, LG 씽큐 앱에서 에어컨과 가구의 위치를 설정하면 AI가 공간을 분석해 최적의 바람을 내보내 사용 시 직접 조작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최소화해준다.
더 이상 가격 경쟁만으로는 '경쟁력'을 갖췄다고 할 수 없다. 소비자는 더 똑똑해지고, 더 바빠지고 있기 때문에, 그들에게 필요한 건 단순히 싼 제품이 아닌 시간을 아껴주는 제품과 서비스다. 심플렉스 소비 트렌드는 이러한 시대적 변화를 반영한 결과로, 앞으로도 다양한 기업들이 심플렉스족의 니즈에 맞춘 제품과 서비스를 속속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