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캡틴' 손흥민(토트넘)이 '정의구현'했다.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이끄는 토트넘은 20일(이하 한국시각)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맨유와의 2024~2025시즌 카라바오컵(리그컵) 8강전에서 손흥민의 결승골을 앞세워 4대3으로 이겼다.
시작은 토트넘이 좋았다. 토트넘은 전반 15분 도미닉 솔란케, 후반 1분 데얀 쿨루셉스키, 후반 9분 솔란케의 연속 득점으로 3-0 리드를 잡았다.
변수가 발생했다. 토트넘은 골키퍼 프레이저 포스터의 잇단 실수에 흔들렸다. 토트넘은 후반 18분 빌드업 과정에서 포스터의 패스가 상대 공격수의 압박에 잘렸다. 볼을 이어 받은 조슈아 지르크제이에게 추격골을 내주며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추가 실점도 포스터의 안일한 플레이가 빌미가 됐다. 후반 25분 백패스를 받은 포스터에게 연결되자 아마드 디알로가 쇄도하며 태클을 시도했다. 포스터가 급하게 차낸 볼이 오히려 디알로의 발에 맞고 굴절돼 골대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위기의 순간 손흥민이 나섰다. 그는 후반 43분 상대와 경합 과정에서 코너킥을 얻어냈다. 손흥민은 왼쪽 코너킥 상황에서 키커로 나섰다. 그는 오른발로 '환상' 코너킥 다이렉트 득점을 완성했다. 그의 오른발 킥이 크게 휘면서 그대로 맨유 골대 오른쪽 그물에 꽂혔다.
이 과정에서 웃지 못할 상황이 발생했다. 손흥민이 코너킥을 차기 위해 걸어갈 때였다. 맨유의 리산드로 마르티네스가 손흥민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당시 마르티네스는 손흥민에게 스페인어로 욕설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흥민은 마르티네스의 도발에 환상적인 득점으로 응수했다. 축구에서 코너킥으로 직접 득점에 성공하는 것을 '올림피코'(olympico)라고 부른다. 1924년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의 친선전에서 아르헨티나의 스트라이커 세사레오 온사리의 코너킥이 그대로 골대로 향했다. 우루과이는 1924년 파리 올림픽 우승팀이었고, 당시 득점을 스페인어로 '골 올림피코'라고 부른 데서 유래했다.
경기 뒤 영국 언론 익스프레스는 손흥민에게 평점 8점을 줬다. 이 매체는 '그가 공을 찰 때마다 위협이 됐다. 결국 해결을 했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언론 풋볼런던은 손흥민에게 평점 7점을 주며 '토트넘의 네 번째 골을 위해 색다른 코너킥 골을 넣었다'고 했다.
한편, 토트넘은 이날 승리로 리버풀, 아스널, 뉴캐슬에 이어 4강에 합류했다. 토트넘은 지난 2007~2008시즌 리그컵(당시 칼링컵) 우승 이후 17년 만에 통산 5번째 챔피언에 도전한다. 경기 뒤 곧바로 치러진 4강 대진 추첨에서 토트넘은 리그컵 최다 우승(10회)을 자랑하는 리버풀을 만나게 됐다. 아스널은 뉴캐슬과 대결한다. 홈 앤드 어웨이로 열리는 준결승전은 2025년 1월 첫째 주와 2월 첫째 주에 열린다. 토트넘은 홈에서 1차전, 안필드로 옮겨 2차전을 치른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