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롯데 자이언츠가 뜻밖의 좌완 왕국이 됐다.
롯데는 좌완에 목마른 팀이었다. 2024시즌을 앞두고 임준섭 진해수 등 노장 좌완불펜들을 수집했을 정도다.
한 시즌 만에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먼저 올해 선발로 잠재력을 살짝 터뜨린 김진욱이 국군체육부대(상무) 입대를 포기하고 팀에 남았다.
신예 정현수와 송재영이 가능성을 보여줬고, 신인 드래프트 전체 4순위 김태현을 향한 기대감도 크다. 심재민도 허리 부상을 딛고 내년 시즌초 합류가 가능할 전망이고, 홍민기 박재민 등의 유망주들을 향한 기대도 살아있다.
여기에 반즈가 4년째 롯데와의 동행을 결정했고, 윌커슨 대신 합류할 터커 데이비슨 역시 좌완이다. 로스터에 왼손 투수가 급격하게 늘어났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선발진이다. 올해 롯데는 윌커슨-반즈-박세웅까지의 1~3선발은 확고했고, 김진욱(18경기)과 나균안(14경기), 이인복(6경기), 한현희 이민석(이상 5경기), 정현수(4경기) 박진(3경기) 등이 각각 선발투수로 출격한 바 있다.
그런데 외국인 투수 두명이 모두 좌완, 4선발이 유력한 김진욱도 좌완이다. 정현수와 김태현도 좌완 선발로 큰 기대를 받고 있고, 심재민 역시 2023년 후반기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선발로 발돋움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김태형 롯데 감독의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지점이다. 오른손 선발로 박세웅이 확실하지만, 나균안은 지난해 추락 폭이 너무 컸던 만큼 스프링캠프에서의 모습을 지켜봐야할 전망. 한현희나 이민석, 박진 역시 5선발로는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선발진이 좌완 일색이었던 팀으로는 SSG 랜더스와 KIA 타이거즈가 있다. SSG는 지난해 외국인 선수 맥카티-엘리아스를 비롯해 김광현과 오원석까지, 선발 5명 중 4명이 왼손이었다. 올해도 엘리아스-김광현-오원석은 그대로였지만, 오원석이 KT 위즈로 트레이드되면서 변화가 생겼다.
지난해 KIA 역시 파노니-양현종-이의리-윤영철로 이어지는 좌완 4명이 로테이션에 포함됐다. 올해도 양현종-윤영철은 그대로였고, 외인 역시 알드레드-라우어-스타우트 등 좌완 비중이 높았지만, 이의리가 부상으로 빠지고 황동하가 그 자리를 채우면서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이뤄냈다.
두 팀의 사령탑들이 입을 모아 말해온 건 "왼손 오른손이 중요한 게 아니다. 좋은 투수가 선발로 나가는 게 중요하다"는 것. 투구 성향에 따라 조금씩 선발 로테이션에 변화를 주기도 했지만 한계가 있다.
결국 김광현-양현종이라는 확고한 좌완 토종 에이스의 존재감이 크다. 여기에 감독과 팀이 뚝심 있게 밀고 나간 결과물이다.
김태형 감독 역시 눈앞의 기량을 보고 판단할 뿐, 선수 기용에 편견은 두지 않는 편이다. 일단 시즌초는 반즈-데이비슨-김진욱의 좌완 3명이 포함된 선발 로테이션이 예상된다. 5선발은 스프링캠프의 성과에 따라 결정될 전망. 정현수나 김태현이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롯데 역사상 보기드문 '좌완 4명'의 선발진이 등장할지도 모른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