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원+신인 1, 4라운드 지명권 내줘…"지명 순서 뒷순위"
2022년 박동원 이적 재연?…"이적해도 손해 볼 것 없어"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프로야구 디펜딩챔피언 KIA 타이거즈가 통합 2연패를 향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핵심 불펜 장현식을 LG 트윈스로 보낸 KIA는 통산 88세이브를 거둔 키움 히어로즈의 마무리 투수 조상우(30)를 트레이드 영입했다.
KIA는 조상우의 반대급부로 현금 10억원과 2026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4라운드 지명권을 내줬다.
파격적인 조건이다.
조상우는 2025시즌을 마친 뒤 FA 자격을 취득한다.
조상우는 국가대표 마무리 투수로 활동한 검증된 불펜 투수이지만, 단 1년을 활용하기 위해 '오버페이'를 한 것이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그러나 KIA는 '합리적인 결정'을 내렸다는 입장이다. 이유가 있다.
◇ KIA의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은 사실상 2라운드 지명권
KBO리그 신인드래프트는 전년도 팀 순위의 역순으로 지명한다.
2024 프로야구 우승팀인 KIA는 2025년에 열리는 2026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가장 낮은 순위로 신인을 선발해야 한다.
KIA의 1라운드 지명권은 전체 10순위, 4라운드 지명권은 전체 31순위다.
KIA는 내부적으로 2026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의 가치가 2라운드 지명권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아울러 KIA는 2라운드 1순위(전체 11순위) 지명권도 갖고 있기 때문에 큰 출혈은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팀 전력도 트레이드 배경에 영향을 미쳤다.
KIA는 투타에서 젊은 선수들이 넘쳐난다.
마운드에선 선발 자원 윤영철(20)과 이의리(22), 김도현(24), 황동하(22), 불펜 최지민(21), 곽도규(20), 전상현(28), 정해영(23) 등 20대 영건이 많다.
타선에서도 KIA의 미래 전력으로 성장할 선수들이 버티고 있다.
한 시즌 젊은피 수혈을 멈추더라도 충분히 버틸 수 있는 기초 체력이 있다.
◇ 2022 박동원 이적 판박이? 손해 볼 것 없는 KIA
KIA가 당장의 성적을 위해 FA 1년이 남은 주요 선수를 영입한 사례는 처음이 아니다.
KIA는 2022년 4월 키움에서 뛰던 핵심 포수 박동원을 내야수 김태진과 현금 10억원, 2023년 신인 2라운드 지명권을 내주고 트레이드 영입했다.
박동원은 한 시즌을 뛴 뒤 FA 자격을 얻어 LG와 계약했다.
KIA는 박동원과 계약하기 위해 동분서주했으나 잡음만 남기고 쓴맛을 삼켜야 했다.
호랑이 군단은 조상우 트레이드 영입이 2년 전과는 다른 상황이라고 판단한다.
2년 전 KIA는 포수 전력난이 심해서 박동원의 이탈이 전력에 큰 타격을 줬지만, 조상우는 1년을 뛴 뒤 이적하더라도 팀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
또한 조상우는 2025시즌에 맹활약해야 FA로 다른 팀과 장기 계약할 수 있다.
KIA는 조상우를 영입해 2025시즌 2연패에 성공한다면 이후 조상우가 타팀과 계약해도 큰 손해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KIA 관계자는 "2년 전엔 우승을 노리는 상황이 아니었고, 지금은 연속 우승을 노려야 한다"며 "또한 조상우는 FA A등급이라서 연봉 100%와 보호선수 20인 외 1명을 보상선수로 영입할 수 있지 않나. 어떤 상황이든 해볼 만한 트레이드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 KBO, 조상우 트레이드 승인할 듯…"기존 방식대로 결정"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현금이 포함된 조상우의 트레이드를 승인할 것으로 보인다.
KBO 관계자는 "해당 트레이드를 무겁게 바라보지 않는다"라며 "기존 방식대로 승인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KBO는 2년 전 박동원의 트레이드 때 승인 보류 조처를 한 바 있다.
당시엔 현금 트레이드의 적법성보다는 이면 계약 여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키움은 과거 운영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주축 선수를 팔면서 현금을 포함한 트레이드를 단행했고, 공개된 액수보다 많은 뒷돈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KBO는 박동원의 트레이드가 이면 계약으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이후 승인 조처했다.
같은 기준이라면, KBO가 조상우 트레이드를 승인 보류할 이유가 없다.
현재 KBO는 조상우의 트레이드를 정상적인 계약으로 바라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구계 관계자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도 FA 자격 1년이 남은 핵심 선수를 우승 도전하는 팀에 좋은 조건으로 트레이드하는 경우가 많다"며 "KBO가 이유 없이 승인을 거부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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