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대한배드민턴협회가 사회적 약자인 계약직 트레이너들을 상대로 부당노동 행위을 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18일 스포츠조선 취재를 종합하면 협회는 최근 기간제 근로자인 국가대표팀 트레이너들을 계약기간 만료로 내보내면서 대한체육회 지침을 어기는가 하면 근로기간 24개월을 초과한 트레이너에 대해서는 관련법을 위반(부당노동 행위)한 것으로 드러났다.
협회는 지난 10월 17일 덴마크오픈 출장 중이던 트레이너 4명(전담팀·영상분석담당 1명 포함)에게 이메일로 계약 만료 통보서를 보내 사실상 '퇴사'를 알렸다. 이들의 계약기간은 10월 31일까지로, 3명은 김학균 대표팀 감독 부임(2022년 11월 1일)과 함께 2년 계약직으로 채용됐고. 나머지 1명은 2022년 5월부터 30개월째 근무 중이었다.
당시 트레이너들은 협회 지시를 받고 11월에 잇달아 열리는 3개 국제대회 참가 신청용 서류 제출 등 준비를 마친 터라 계약 갱신이 되는 줄 알고 있었다. 노동 관계법이나 대법원 판례에서 '근로계약 갱신기대권'이 인정될 경우 사용자가 이를 어기면 부당노동 행위로 판단한다.
하지만 협회는 계약 갱신 시 사용기간 2년 초과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야 하는 상황을 회피하기 위해 '꼼수'를 부려 청년 근로자들을 실직시켰다. 대한체육회의 지침도 위반했다. 체육회는 지난해 2월 각 종목단체에 행정 개선 공문을 보내 '기존 최대 11개월 단위 계약기간을 1년 이상으로 늘리고, 퇴직금과 4대보험도 보장하라'는 요지의 개선안을 하달하고, 기존 근무자는 2023년 3월 1일자로 표준계약서로 재작성하라고 했다. 특히 '총 근로계약기간 2년 초과시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에 따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이라는 '*'표시 주의 조항을 강조하기도 했다. 각 국가대표팀 트레이너들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고, 사회적 약자인 비정규직 보호와 '청년 취업'을 권장하자는 시대적 노동 환경 변화에 따른 조치였다.
협회는 1년6개월 동안 지침을 묵살해왔다. 스포츠조선이 대표팀 관계자와 퇴직 트레이너를 대상으로 확인한 결과, 트레이너들은 계약 만료 통보를 받기까지 협회측으로부터 표준계약서와 관련해 아무런 안내를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에 퇴직한 A씨는 "표준계약서에 관해 주변 사람들 얘기를 듣고 뒤늦게 알았지만 협회에 문제 제기를 하면 계약직이라 혹시 불이익 당할까봐 말을 못했다"며 "어디에, 어떻게 구제를 호소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고…, 그냥 허탈한 마음에 실직 상태로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협회는 근속기간 2년 초과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시켜야 하는 트레이너 김모씨(30)를 이번에 다른 트레이너들과 함께 사실상 해고한 것으로 드러나 기간제법과 근로기준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근로기준법에서는 2년 초과 사용시 정당한 이유가 없는 고용 종료는 부당해고에 해당하므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규정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스포츠조선의 해명 요청에 대해 "대한체육회에서 표준계약서 관련 그런 공문이 내려왔는지 잘 몰랐다"면서 "담당 실무자가 해외 출장 중인데, 돌아오면 진상을 확인해보고 알려주겠다"고 한 뒤 1주일 넘게 아무런 답변을 주지 않았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