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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이슈]"국내 GK, 외국인에 실력 안 밀려" 신의손 땜에 금지된 K리그 외국인 골키퍼 영입, 25년만에 '부활' 꿈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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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외국인 골키퍼'가 25년 만에 부활할 조짐이다. 스포츠조선 취재 결과,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이달 말 'K리그 외국인 골키퍼 재유입 검토를 위한 공청회'(가제)를 계획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연맹 공청회는 구단 직원, 지도자, 언론 등 다양한 직종의 관계자들이 의견을 공유하는 자리다. 축구계는 이번 공청회를 외국인 골키퍼 재유입을 위한 '빌드업'으로 해석한다. 의견을 수렴해 재유입 여부와 유입 시기 등을 검토할 계획이다. 공청회에 앞서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직접 연락한 관계자 대다수는 외국인 골키퍼 재도입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연맹이 외국인 골키퍼 출전금지 조치를 취한 1999년 당시 K리그 무대를 누빈 현역 출신 지도자 A는 "당시 사리체프(신의손)가 K리그에서 파란을 일으켰다. 국내 골키퍼의 경쟁력이 약해진다고 판단해 영입 금지가 된 걸로 기억한다"며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국내 골키퍼 수준이 많이 높아졌다. 외국인 골키퍼 재도입이 현재 리그와 팀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찬성표를 던졌다. 연맹은 국내 골키퍼 양성을 이유로 1997년 외국인 골키퍼를 전체 시즌의 절반만 출전토록 했고, 1998년 3분의1 출전, 1999년엔 아예 출전을 금지했다. 이에 따라 21세기에 들어 외국인 골키퍼는 K리그에서 자취를 감췄다.

K리그1의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뛰던 골키퍼가 일본 무대로 줄줄이 진출하고 있다는 건 K리그 골키퍼들의 수준이 그만큼 높아졌단 걸 방증한다. K리그도 문호를 개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K리그2의 한 관계자는 "예전엔 외국인 골키퍼를 금지하는 조치가 필요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K리그는 최고의 상품을 만들어 흥행해야 하는 스포츠다. 국내외 할 것 없이 최고의 기량을 지닌 골키퍼가 경기장에 올라 팬들에게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줘야 한다. 국내 선수들도 '내 자리를 잃을까' 걱정하기보단 경쟁력을 키운다고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본 J리그는 K리그와 달리 외국인 골키퍼에게 문을 열었다. 2024시즌을 기준으로 20개팀 중 6개팀(30%)이 외국인 골키퍼를 주전으로 활용했다. 그중 4명이 한국인(정성룡 김진현 송범근 구성윤)이었고, 1명은 호주(미첼 랭가랙), 1명은 브라질(마테우스 비도토) 출신이었다. 2부까지 범위를 넓히면 독일(스벤드 브로데르센), 폴란드(야쿱 시오비크) 출신 등 외국인 골키퍼를 쉽게 만날 수 있다. 다만 J리그 우승팀 비셀 고베부터 5위 가시마 앤틀러스까지 상위 5개팀 골키퍼는 모두 일본인이었다.

희소가치가 높아 천정부지로 치솟은 국내 골키퍼의 몸값을 낮추고, 골문 리스크를 줄이며, K리그에 새로운 볼거리를 양산할 수 있다는 점은 축구계 종사자들이 언급한 외국인 골키퍼 유입의 순기능이다.

외국인 골키퍼가 결국 국내 GK의 자리를 위협해 국가대표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존재했다. 한 축구 에이전트는 "골키퍼는 골을 많이 먹을수록 실력이 좋아진다고들 한다. 김승규 조현우 이창근 김준홍처럼 수준 높은 골키퍼들이 계속 배출되는 이유 중 하나는 꾸준히 출전 경험을 쌓아서라고 본다. 외국인 골키퍼가 다시 유입되면 설자리를 잃고 도태되는 골키퍼들이 많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축구 지도자는 "거의 모든 구단이 최전방에 외국인 선수를 세우는 바람에 토종 대형 공격수가 몇 년째 배출되지 않고 있지 않나. 골키퍼라고 다를까?"라며 다른 포지션을 예로들어 외국인 골키퍼의 유입이 K리그에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관측했다.

외국인 골키퍼 유입에 앞서 제도적 보완이 반드시 따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 전문가는 "외국인 쿼터를 한두 자리 더 늘리면, 외국인 골키퍼 영입을 생각해볼 것"이라고 전제한 뒤, "외국인 영입에는 큰 비용이 발생하는데, 영입된 외인 선수의 경기 출전 가능 숫자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