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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트장처럼 변한 빙상장…김재열 회장 "변하지 않으면 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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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FA·NBA 출신 외부 인사 영입해 국제 빙상계 개혁 진두지휘
판정 논란 많던 쇼트트랙에 획기적인 비디오판독 시스템 도입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쇼트트랙, 피겨스케이팅, 스피드스케이팅을 관장하는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은 지난해 8월 눈길을 끌 만한 인사를 냈다.
'축구통' 콜린 스미스 전 국제축구연맹(FIFA) 최고 운영 책임자(COO)를 신임 사무총장으로 선임했다.
스미스 사무총장은 빙상계와 큰 접점이 없는 인물이다. FIFA에서 주로 월드컵 대회와 관련한 업무를 맡았다.
ISU의 파격적인 인사는 계속됐다.
올해 10월엔 자오 리 전 미국프로농구(NBA) 아시아 마케팅 책임자를 신임 마케팅 디렉터로 영입했다.
그 역시 빙상계에서 활동한 이력은 없다.
이 밖에도 ISU는 외부 인사를 끌어모았다. 종합격투기 UFC, 익스트림 스포츠 등에 몸담았던 특이한 이력의 인물들이 ISU에 합류했다.
ISU가 빙상계 외부 인사를 모셔 온 건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김재열 ISU 회장의 철학 때문이다.
김 회장은 지난 14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24-2025 ISU 쇼트트랙 월드투어 4차 대회 현장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스포츠는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하기 마련"이라며 "혁신하기 위해선 새로운 시각을 가진 외부 인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김 회장 역시 세계 빙상계 변화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김재열 회장은 지난 2022년 6월 ISU 수장으로 당선됐다. 1892년 설립된 ISU에서 비유럽인이 회장을 맡은 건 처음이었다.

인적 쇄신을 거친 ISU는 최근 본격적인 변화를 시작했다.
쇼트트랙 월드컵 시리즈의 월드투어 변신이 대표적이다.
김재열 회장은 "스포츠의 궁극적인 목표는 팬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이목을 끄는 것"이라며 "기존 월드컵 시리즈를 대중성을 높인 월드투어로 개편한 이유"라고 밝혔다.
ISU는 지난 시즌 개인 종합 1위 선수에게 특수 제작한 헬멧을 수여했다.
아울러 남녀 개인 종목 종합 1위에게 주던 우승 트로피, 크리스털 글로브를 종합 1위 국가에도 전달하기로 했다.
경쟁 분위기를 도모하면서 팬들의 응원 열기를 끌어올리기 위한 방편이었다.
경기장 분위기는 콘서트장처럼 변했다. 종목별 결승전 직전엔 선수 소개 영상이 유쾌한 음악과 함께 전광판들 통해 표출된다.
아울러 선수들은 각국 대표팀의 캐릭터가 드러난 경기복을 입고 출전한다. LED 전광판을 통한 광고도 허용했다.
선수별로 출전할 수 있는 개인 종목 수도 늘렸다. 각 팀 간판급 선수들은 더 많은 경기에서 팬들과 만나게 됐다.
김 회장은 "쇼트트랙 월드컵을 월드투어로 바꾼 건 변화의 시작"이라며 "피겨스케이팅, 스피드스케이팅도 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피겨스케이팅은 공중에서 뒤로 한 바퀴를 도는 기술인 백플립 등 공중제비 점프 금지 조항을 폐지했다.
스피드스케이팅에선 혼성 계주 등 종목을 신설했다.
김재열 회장은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 변화한 경기 규정과 진행 방식을 도입하긴 어렵지만, 2030 알프스 동계올림픽에선 새로운 종목 추가를 추진하는 등 변화한 부분을 적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열 회장은 대중성과 함께 공정성 개선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ISU는 김 회장 부임 후 심판 판정 시스템, 특히 비디오 판독 전달 시스템에 변화를 줬다.
2024-2025 쇼트트랙 월드투어에선 비디오 판독 여부와 판독 과정, 결과를 실시간으로 팬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ISU 비디오판독 스태프들은 판독이 필요한 플레이가 나왔다고 판단하면 곧바로 버튼을 눌러 이를 알린다.
이 표기는 중계화면 노란색 불로 나타난다.
관중과 팬들이 반칙성 플레이가 나왔다는 것을 실시간으로 전달받는 시스템이다.
비디오판독 스태프들과 심판진은 레이스가 끝난 뒤 문제의 장면을 확인한 뒤 반칙 여부를 결정한다.
그리고 주심은 직접 마이크를 들고 비디오 판독 이유와 결과를 발표한다.
김재열 회장은 "과거엔 비디오 판독과 심판 판정 과정이 팬들에게 잘 전달되지 않아서 오해가 생기는 경우가 있었다"며 "투명화한 비디오 판독 시스템은 공정한 스포츠를 만들고 빙상의 인기를 더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김재열 회장은 러시아, 벨라루스 빙상 선수들의 국제대회 출전 금지 징계 유지 여부에 관해선 조심스러운 입장을 견지했다.
김 회장은 "하계 종목들은 2024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러시아 선수들의 조건부 출전을 허용했으나 동계 종목에선 아직 결정을 내린 단체가 없다"며 "우리는 계속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쟁이 발발했다는 것 자체가 슬픈 상황인데, 빨리 종전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ISU는 2022년 3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 이에 동조한 벨라루스 선수들의 국제 대회 참가를 금지하고, 두 나라가 개최할 예정이었던 국제대회 유치권을 박탈했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 두 나라 선수가 정상적으로 출전하기 위해선 2025 ISU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 등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종목별 국제대회에서 기준 이상의 성적을 내야 한다.
cycle@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