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민정 기자] 혼란한 시국 속 2024년 연말을 따스하게 물들일 연극 '사일런트 스카이'가 과학적 사고로 관객들에 깊은 울림을 전한다. 드라마 '연인' '슬기로운 의사생활' 등으로 드라마와 영화에서 활약해온 배우 안은진이 7년 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온 소감을 함께 전했다.
9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 연극 '사일런트 스카이' 기자간담회에서 안은진은 7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서는 감격과 경험을 전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민정 연출을 비롯해 배우 홍서영, 박지아, 조승연, 정환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연극 '사일런트 스카이'는 19세기 미국을 배경으로, 여성 천문학자 헨리에타 레빗의 삶과 업적을 조명하는 작품이다. 당시 여성에게 투표권조차 허용되지 않았던 시대에 헨리에타 레빗은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개척하며 우주를 탐구한 인물로 작품은 여성들이 겪어야 했던 사회적 제약 속에서도 위대한 발견을 이뤄낸 과정을 그린다.
극 중 헨리에타 레빗 역을 맡은 안은진은 "드라마와 영화 촬영을 하며 무대에 대한 갈망이 점점 커졌다"고 고백하며 "김민정 연출님께서 좋은 대본을 전해주셔서 정말 행복한 마음으로 참여하게 됐다. 1년 동안 기다렸던 작품이 이제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매일매일이 소중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무대 복귀에 대한 고민도 털어놨다. 안은진은 "무대에서는 표정이나 말 뿐만 아니라 몸이 주는 힘이 중요하다. 연습하면서 그 감각을 빨리 찾아올 수 있을까 고민하기도 했다"고.
그러면서 안은진은 연습 과정에서 고민이 깊을 때 '슬기로운 의사생활'로 인연을 맺은 배우 전미도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전미도 언니에게 무대 연기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고, 몸의 표현을 확장하는 방법에 대해 좋은 조언을 해줬다. 연습을 거듭하면서 무대의 자유로움을 다시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함께 출연하는 배우들 역시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시즌단원으로 작품에 참여한 조승연은 "실존 인물들을 연기하는 것이 책임감 있게 다가왔다. 현재 천문학을 공부하는 여성 과학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작품에 더 깊이 몰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지아는 "윌리미나 플레밍 역할은 1세대 여성 천문학자로서 워킹맘의 모습까지 담고 있다. 대본을 보며 일과 가정을 책임지는 인물의 강인한 면모에 집중했다"고 전했다.
배우 홍서영은 헨리에타의 동생 마가릿 레빗 역을 맡아 자매의 관계성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그는 "실제로 언니가 없어서 안은진 언니를 생각하며 연기했다. 언니를 향한 애정과 존경의 마음으로 연기하니 자연스럽게 마가릿의 감정에 다가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민정 연출은 "원작의 아름다운 문장들을 살리면서도 천문학이라는 다소 어려운 주제를 관객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윤색했다. 특히 극 중 추가된 장면들은 작품의 의미를 더욱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며 작품 준비 과정을 설명했다. 또한 "연극이 관객의 감각을 건드리고, 마치 핵융합처럼 이야기가 결합되는 순간을 만들기 위해 모든 배우와 스태프가 협력했다"고 강조했다.
극 중에서 헨리에타 레빗이 지닌 과학적 열정과 진리를 향한 갈망은 시대를 넘어 오늘날에도 울림을 준다. 안은진은 "헨리에타를 연기하면서 과학적 사고가 위로를 줄 수 있다는 점이 새롭게 다가왔다. 작품을 통해 많은 분들이 자신의 꿈을 좇는 용기와 위안을 얻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6회차 공연 중 절반 정도를 넘긴 현재, 소감은 어떨까. 안은진은 "좋아하는 공연 팀과 함께하며 하루하루가 소중하다. 이 순간들을 재미있게 즐기며 관객들에게 작품을 잘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홍서영 역시 "작품을 통해 의미 없는 것은 없다는 점을 깨달았다. 관객분들이 위로와 희망을 얻으셨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사일런트 스카이'는 시대적 한계 속에서도 자신만의 길을 개척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그리며, 오늘날에도 유효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김민정 연출은 "우리가 선택하는 지금의 삶이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위로와 지지가 되기를 바란다. 그것이 인류가 진보해온 역사의 흐름"이라며 작품의 의미를 되새겼다.
연극 '사일런트 스카이'는 오는 12월 28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