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가을야구를 향한 갈매기의 꿈은 이뤄질까. 부산 사직구장이 추가 펜스를 철거하고 '원상복구'한다.
스포츠조선 취재 결과 사직구장은 3일부터 외야 보조펜스(철망) 철거에 돌입했다. 2025시즌부터는 담장 높이가 6m에서 4.8m로 낮아진다.
이른바 '성담장'은 2021년 시즌 종료 후 추가된 1.2m 철망펜스를 가리킨다. 성민규 전 담장 부임 직후 롯데는 투수력에 초점을 맞추는 차원에서 담장 높이를 올렸다.
사직구장 기존 펜스 높이는 4.8m로, 이는 펜스(4m)에 안전 펜스(0.8m) 높이를 더한 것. 이것만으로도 고척스카이돔(4m)을 뛰어넘는 국내 최고 높이다. 그런데 사직구장은 여기에 1.2m를 더 높여 6m 높이의 펜스를 조성해 사용해왔다. 이는 미국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의 홈구장 펜웨이파크의 좌측 담장(그린몬스터)에 빗대 '사직몬스터'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롯데 구단은 다음 시즌에는 추가 펜스를 철거, 기존의 4.8m로 원상복구하기로 한 것. 롯데가 올시즌 타격의 팀으로 거듭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해까지 롯데는 투수력의 팀이었다. 반즈와 윌커슨 두 수준급 외국인 투수에 박세웅 나균안 등 토종 선발진도 탄탄했다. 구승민 최준용 김원중으로 이어지는 뒷문도 장점으로 꼽혔다.
평균자책점은 7위(5.05)였지만, 투수진의 WAR(스탯티즈 기준) 총합은 2위(25.31, 1위 삼성)였다. 반면 팀 타율은 공동 4위(2할6푼5리)로 중위권이었지만, 팀 OPS 8위(0.700)가 말해주듯 소총 타선이었다.
반면 올시즌 롯데는 타격의 팀으로 바뀌었다. 김태형 감독의 지도하에 트레이드로 영입한 손호영이 장타력을 뽐내고, 전준우 등 기존 선수들에 윤동희 고승민 나승엽 황성빈 등 신예들의 잠재력까지 폭발했다. 그 결과 팀타율 2위(2할8푼5리) 팀 OPS 2위(0.782, 이상 1위 KIA)의 공격력이 돋보이는 팀이 됐다.
전형적인 슬러거가 없어 팀 홈런은 8위에 불과하지만, 대신 손호영(18개) 전준우(17개) 레이예스(15개) 윤동희 고승민(이상 14개) 등 중장거리 라인업이 막강해졌다. 담장 높이를 낮출 경우 20홈런 타자의 탄생은 물론 나승엽(7개) 손성빈(6개) 황성빈(4개) 등의 홈런 개수 상승도 기대할 수 있다. 또 한동희 고승민 등 타구 속도는 빠르지만 발사각이 낮은 편인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담장을 낮춤으로써 투수진이 입을 피해보다 타선이 얻는 이득이 더 크다는 분석이다.
부상에서 복귀하는 유강남이나 부진 탈출을 꿈꾸는 노진혁도 차기 시즌 두자릿수 홈런 후보다. 특히 유강남은 잔부상에 시달리는 와중에도 풀타임을 소화한 지난해 10홈런을 쳤고, 잠실에서 주전 마스크를 쓴 8년간 103개의 홈런을 쏘아올릴 만큼 한방 있는 타자다.
롯데 구단의 이번 펜스 원상복구는 마케팅 차원에서의 고려도 포함된 결정이다. '그린몬스터'는 설계 단계부터 구장의 특색을 위해 한쪽 담장을 독특하게 높인 구조다.
반면 사직구장은 기존 펜스에 1.2m 철망 펜스를 더했을 뿐 다른 변화를 주지 않았다. 때문에 외야 1층 관중석에서 야구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민원이 적지 않았다. 올해도 홈관중 123만, 누적 관중 3000만명을 넘기는 등 국내 최대의 야구팬덤을 자부하는 롯데로선 팬들의 요청에 답한다는 의미도 강하다.
시상식으로 바쁜 12월, 롯데의 시선은 이미 2025년을 겨냥하고 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