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출루왕'의 출루능력은 ABS도 장애물이 아니었다. 국제대회에서도 통했다.
그만의 놀라운 선구안으로 출루를 만들어냈고, 2년 연속 출루왕, 최근 4년 중 3번의 출루왕에 오르는 KBO리그 현존 최고의 출루 기계임을 알렸다.
LG 트윈스 홍창기에게 2024시즌은 의미가 크다. 지난해 두번째 출루왕에 오르면서 LG의 29년만에 우승을 이끌었던 톱타자였는데 올시즌은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ABS가 새롭게 도입되면서 1m89 장신의 홍창기 선구안과 다른 스트라이크존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2021년 출루왕에 올랐던 홍창기는 2022년 넓어진 스트라이크존 적응에 애를 먹으며 성적이 떨어졌었다. 이번에도 2022년과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예상은 틀렸다.
홍창기는 ABS의 어처구니없는 높은 스트라이크에 그냥 삼진을 먹거나 예전 같으면 너무 깊은 몸쪽이라 볼이 선언됐을 공에 삼진을 당해도 그냥 묵묵히 돌아섰다. 하지만 성적은 여전했다. 176개의 안타와 96개의 볼넷, 12개의 몸에 맞는 볼로 284번의 출루를 했다. 출루율 0.447로 당당히 1위. 타율 3할3푼6리로 지난해 3할3푼2리보다 올랐고, 볼넷도 88개에서 96개로 더 많이 얻어냈다. 지난해 출루율0.444보다 조금 더 높은 수치로 출루왕 2연패를 달성.
그리고 시즌이 끝난 뒤엔 태극마크를 달고 프리미어12에 출전했다. 자신의 첫 성인대표팀이었다.
국제대회에서도 홍창기의 출루 능력은 여전했다. 5경기에 출전해 19타수 5안타, 2타점 3볼넷 1사구를 기록했다. 타율은 2할6푼3리로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출루율은 0.391을 기록했다. 대표팀에서 김도영(0.444)과 박성한(0.438)에 이은 3위였다.
3승2패로 아쉽게 4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출루왕의 선구안이 국제무대에서도 통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홍창기 역시 대표팀에 대해 꽤 긍정적이었다. "나도 국제대회에서 통할지 그게 제일 궁금했었다"는 홍창기는 "생각보다 나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회만 된다면 한번 더 가보고 싶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비록 예선 탈락의 아픔을 겪은 대표팀이지만 홍창기는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성적면에서는 조금 아쉽게 생각할 수 있으시겠지만 좋은 선수들이 너무 많다고 또 한번 느꼈던 시간이었다"며 "다음 대회, 그 다음 대회에서 이 선수들이 경험을 쌓다 보면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라며 후배들의 능력에 믿음을 보였다.
비시즌 동안은 파워를 높일 계획이다. 오해는 금물. 홈런을 치기 위한 게 아니다. 홍창기는 "사실 매년 생각하는 건데 순발력을 좀 더 키우고 웨이트트레이닝을 좀 많이 하려고 한다"고 비시즌 계획을 밝힌 뒤 "장타 보다는 강한 타구를 좀 더 많이 날리고 싶다. 홈런을 칠 수는 없지만 강한 타구를 많이 만들다보면 2루타, 3루타도 많이 칠 수 있을 것 같다. 올해 그게 좀 부족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잠실=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