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업체 밀어주기 정황 포착…검찰은 연결고리 수사에 집중
이 회장은 '채용 비리' 혐의에 추가 악재로 3선 도전 걸림돌
(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 '채용 비리' 등 혐의로 직무 정지를 당한 이기흥(69) 대한체육회장이 3선 도전 길목에서 상당한 폭발력을 가진 새로운 악재와 맞닥뜨렸다.
검찰이 지난달 28일 진천선수촌을 전격 압수수색한 가운데 이기흥 회장의 핵심 측근 2명이 '입찰 비리' 의혹의 피의자로 특정돼 수사 대상에 올랐기 때문이다.
대한체육회에 후보 등록 표명서를 제출하며 제42대 체육회장 출마를 기정사실로 한 이 회장으로선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 회장의 핵심 측근들이 입찰 비리에 가담한 것으로 밝혀진다면 내년 1월 14일 체육회장 선거에 나서는 이 회장에게 타격이 불가피하다.
더욱이 윗선의 지시 여부가 쟁점인 만큼 이 회장 본인도 수사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검찰 수사의 초점은 진천선수촌이 2021년과 2023년 시설관리 용역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특정 업체를 밀어주려고 체육회 임직원들이 공모했는지 여부다.
두 차례 업체 선정 때 A업체에 점수를 몰아준 정황이 다수 포착됐기 때문이다.
2021년 용역 입찰 때의 경우 선수촌 관계자로 구성된 8명의 평가위원 대부분이 A업체에 최고점을 준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5개 업체가 입찰에 참여했고, 태릉선수촌 시설 관리 경험이 있던 B업체는 매출액이 A업체보다 100배 가까이 많고 사업 실적도 앞섰지만, A업체에 밀렸다.
특히 A업체는 입찰액(70억1천300만원)의 99.75%인 70억300만원을 써내 가격평가(20점)에서 최하위 점수를 받고도 기술평가(80점)에서 최고점을 받아 낙찰업체로 선정됐다.
2023년에는 기존 일반경쟁 입찰에서 중소기업으로 한정한 제한경쟁 입찰로 변경했고, 이때에도 3개 업체 중 가격평가에서 최저점을 받은 A업체가 정성평가에서 평가위원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아 최고점으로 우선협상 대상업체로 결정됐다.
당시 평가에는 이 회장의 특별보좌역 출신의 핵심 측근 A씨와 선수촌 실세인 B씨가 위원으로 참여했다.
입찰에 참여했던 한 업체 관계자는 "2021년 입찰 때 매출액 8천억원 규모의 B업체가 탈락하는 걸 보고 업계에서 말이 무성했다"며 "매출 규모에서 크게 뒤지는 A업체가 선정된 걸 쉬운 예로 들면 무명의 소도시 중소 건설업체가 현대건설을 따돌린 격"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도 "2023년에도 A업체가 되는 걸 보고 의아했다"면서 "그 업체의 든든한 뒷배가 있는 것 같다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용역 비리 수사는 입찰에 참여했던 업체가 기획재정부에 관련 사실을 제보하고, 유관 부서인 문화체육관광부가 검찰에 의뢰하면서 시작됐다.
체육회 내부에서도 '드디어 터질 게 터졌다'는 분위기다.
이 회장의 메신저 역할을 해왔던 A씨가 평가위원으로 참여한 자체가 여러 가지 추측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이번 입찰 비리 의혹의 수사선상에 오른 A업체의 대표는 이 회장의 고등학교 2년 후배다.
이 회장은 'A업체가 선정되기 전에는 해당 업체 대표를 몰랐다'고 해명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업체 대표는 이 회장의 또 다른 고교 후배이면서 동계 종목 경기단체장을 맡고 있는 C회장의 회사에서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상근감사를 지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 회장과 A업체 대표, C회장이 고교 동문이라는 학연으로 얽혀 있는 데다, A업체 대표가 정권의 요직과 공기업 사장을 지냈기 때문에 '마당발'인 이 회장이 몰랐다는 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게 체육계의 시각이다.
검찰은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휴대전화를 통해 용역 심사 당일 피의자들의 대화 내용을 확인하는 한편 특정 업체 밀어주기에 윗선 지시가 있었는지를 집중적으로 캘 계획이다.
자녀의 딸 친구가 선수촌에 채용되는 과정에서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채용 비리' 혐의 등으로 수사선상에 오른 이 회장이 핵심 측근들의 연루 혐의가 포착된 '입찰 비리' 의혹을 비켜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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