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울산HD는 K리그1 3연패를 달성하며 '왕조의 꿈'을 이뤘다. 하지만 사상 첫 '더블(2관왕)의 벽'은 넘지 못했다. 울산은 지난 30일 열린 코리아컵 결승전에서 포항 스틸러스에 1대3으로 역전패했다.
결론적으로 박태하 포항 스틸러스 감독의 분석은 정확했다. 박 감독은 결승전을 앞두고 "울산은 좋은 선수를 보유했고, 항상 경계해야 하는 무서운 팀"이라면서도 "언론에서도 평가가 나왔듯이 울산의 노쇠화와 기동력이 문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부분을 잘 파고들어 보겠다"고 밝혔다. 반면 김판곤 울산 감독은 "'노쇠화'는 잘못된 접근 같다. 노쇠화라기보다는 '노련미'가 더 뛰어나서 걱정하지 않는다"며 웃었다.
시즌은 긴 호흡이다. 울산은 올해 2월부터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를 필두로 K리그1, 코리아컵에 이어 첫 선을 보인 ACLE(엘리트)를 소화하고 있다. 올해 여정은 4일 원정에서 열리는 상하이 선화와의 ACLE 6차전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2024년은 성공적인 한 해였다. 2023~2024시즌 ACL에선 4강 진출에 성공, 아시아를 대표해 내년 열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출전 티켓을 거머쥐었다. K리그1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고, 코리아컵 준우승도 값진 수확이다.
그 배경에는 김 감독이 얘기한 노련미도 한몫했다. 풍부한 경험을 앞세운 30대 선수들이 공수에 걸쳐 팀의 근간으로 맹활약을 펼쳤다. K리그1의 경우 최소 실점, 실수, 패스 성공률, 압박 지수, 슈팅 대비 유효슈팅 전환율 등 데이터에서 최상위였다. 하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노쇠화'는 해결해야 할 최대 과제로 떠올랐다.
울산은 하반기 시작된 2024~2025시즌 ACLE에선 5전 전패의 늪에 빠지며 K리그1 챔피언의 자존심을 구겼다. 12개팀 가운데 최하위에 처져있다. 무려 8개팀이 16강에 진출하지만 현재로선 탈락의 고배를 마실 가능성이 높다. 포항과의 코리아컵 결승전에서도 전반 1-0으로 리드하며 '더블'을 잡는 듯 했다. 경기력도 우세했다. 하지만 후반 24분 동점골을 허용한 후에는 동력을 상실했다. 힘이 떨어진 연장전에서는 2골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울산의 내년 일정은 더 살인적이다. 6월에는 미국에서 열리는 클럽월드컵에도 출전한다. 클럽월드컵은 매년 대륙 챔피언과 개최국 등 소규모로 열렸다가 월드컵처럼 4년에 한 번씩 32팀이 참가해 지구촌 최고의 클럽을 가린다. 기존 월드컵과 진행 방식도 똑같다. 유럽에선 레알 마드리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이상 스페인), 맨시티, 첼시(이상 잉글랜드), 바이에른 뮌헨(독일), 파리생제르맹(프랑스), 유벤투스, 인터밀란(이상 이탈리아) 등 12개팀이 출전한다. 아시아에선 알힐랄(사우디아라비아), 우라와 레즈(일본)에 이어 울산과 알아인(아랍에미리트)이 출전한다. 울산은 세계적인 클럽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다.
체질개선이 불가피하다. 울산은 코리아컵 포항과의 결승전 베스트11 가운데 '국내파 막내'가 30세의 고승범이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지만 세월 또한 거스를 수 없다. 30대 일색의 선수 구조로는 희망이 없다. 신구조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외국인 선수의 대대적인 변화도 절실하다. 울산은 루빅손, 야고, 보야니치, 아타루, 아라비제, 마테우스 등 6명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팀에 비해 '외인 전력'은 한층 떨어진다. 루빅손 외에 제몫을 하는 선수가 없다. 투자도 투자지만, 스카우트 팀의 혜안도 필요하다. 적재적소에 외인을 가동하지 못할 경우 클럽월드컵에서 엄청난 폭풍을 만날 수 있다.
김 감독은 "올해 마지막 남은 상하이와의 ACLE 경기 후 내년 시즌을 구상해보겠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고인 물은 썩는다. 어느 조직이든 변화하지 않으면 후퇴한다. '왕조의 문'을 연 울산의 이번 겨울 키워드는 '대변화'가 돼야 한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