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행구 전 나이지리아 라고스 총영사 '아프리카에서 희망을 찾다' 출간
공대 출신 '정보화 특채'로 외교부 입부…30년 중 12년 아프리카 근무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한국의 뛰어난 IT(정보기술)를 바탕으로 아프리카에서 차별화 전략이 필요합니다. 물론 문화적인 접근법도 병행해야 하죠."
강행구(55) 전 나이지리아 주라고스 한국분관장 겸 총영사는 2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지난 6월 열린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이후 필요한 후속 조치에 관한 생각을 이렇게 밝혔다.
강 전 영사와 인터뷰는 자신의 아프리카 근무 경험을 정리한 책 '아프리카에서 희망을 찾다'(북랩 출판사) 출간을 맞아 이뤄졌다.
강 전 영사는 무장 강도에 억류된 순간, 거리에서 벌어진 폭동의 공포, 선거 결과 불복으로 초래된 국가비상사태의 긴장 상황 등을 책 곳곳에 생동감 있게 담아냈다.
그는 책에서 "내전과 쿠데타, 무장단체의 위협이 일상이었던 시절의 삶은 매 순간이 도전이었다"고 회상하면서도 "다양한 문화, 눈부신 자연, 따뜻한 사람들은 깊은 영감을 줬다"고 고백했다.
강 전 영사는 "한국이 전례 없는 번영을 이뤄냈고, 각종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탈바꿈했다"며 "경제 성공 노하우와 IT에 아프리카 많은 나라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아프리카에서 한류 붐이 시작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젊은 층이 많은 인구 특성상 한류에 대한 열광적인 분위기가 여전하다"며 "방탄소년단(BTS)의 앨범을 정부 고위관료 자녀에게 선물하면 정말 고마워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강 전 영사는 외교부 근무 약 30년 중 12년을 코트디부아르, 가봉, 세네갈,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 지역에서 근무해 아프리카 및 영사 분야 전문가로 통한다.
아프리카 시절 인질 구출, 해적 피랍 등의 상황에서 위기대응 능력을 발휘해 사건을 원만히 해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1년 기니 피랍 사건 해결 공로로 이듬해 녹조근정훈장을 받았다.
그는 "많은 이들이 아프리카를 언급할 때 여전히 흑인, 기아와 빈곤, 질병 등의 단어를 떠올린다"며 "지금까지 소외된 곳이지만 이제 주목할 때다. 54개 국가, 14억명의 인구, 2천여개의 언어와 다양한 문화를 가진 곳"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프리카는 한국 입장에서 새로운 먹거리가 될 수 있다"며 "중국의 영향력이 크지만, 우리도 충분히 진출할 수 있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겠지만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강 전 영사는 아프리카에 우리 기업 등이 진출할 때 현지 상황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나라가 많아 정부가 전복될 위험이 상존한다"며 "정부의 약속이 보증수표가 아니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국제기구나 펀드 등을 통해 최대한 안전망을 확보할 수 있는 장치를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학부에서 전자공학과를 전공한 그는 1995년 정보화 직렬 특채(7급)로 외교부에 들어온 뒤 영사 직렬로 변경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정보화 분야에 관심이 많아 IT와 인공지능 등 지능화 시스템을 이용한 외교부의 발전 방향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해 2017년 외교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대학원에서는 창업컨설팅을 전공해 석사 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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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