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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⑤] 백지영 "90년대 가수라 좋아, 지금이라면? 데뷔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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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빛 기자] 올해로 데뷔 25주년을 맞은 가수 백지영이 후배들을 살뜰하게 챙겼다.

백지영은 최근 서울 강남 한 카페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90년대 가수라서 좋다"라며 "지금이라면 데뷔 못 했을 것 같다"라고 했다.

백지영은 2일 미니앨범 '오디너리 그레이스'를 발표하고, 가요계에 컴백한다. 특히 이번 신보는 데뷔 25주년을 기념한다는 점에서 더 뜻깊다. 1999년 데뷔한 백지영은 '사랑 안해', '잊지 말아요', '총맞은 것처럼' 등 애절한 발라드는 물론, '대시', '부담', '내 귀에 캔디' 등 댄스곡으로도 큰 사랑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그 여자' 등 OST로도 히트곡을 남기며, 극의 몰입도를 더 높였다는 평을 들은 바다.

다만 이번 신보로 음악방송 계획은 없어, 아쉬움을 남긴다. 백지영은 "어느 순간 너무 부담스럽고 미안하더라. 근래에 든 생각이 아니다. 어느 날 녹화를 하러 갔을 때다. 분명히 대기실이 품귀하고 무조건 없는데, 저는 독방을 주기 시작하더라. 편하게 쓰라고 저에게는 끝에 침대 있는 방으로 주셨다. 물론 그것 때문에 (음악방송을) 안 하는 것은 아니다"며 웃었다.

이어 "올해는 못하지만 공연을 할 것 같다. 내년 연말 공연을 기획하고 있다. 빠르면 10월말 11월초에 시작할 예정이다. 원래 항상 10개 도시 정도 했었는데, 작년에 몸이 좀 안 좋아서 5개~6개 정도로, 처음으로 줄였었다. 올해는 한해 쉬었으니, 내년엔 몇개 도시가 될 지 모르겠지만 새 댄스곡과 함께 하면 좋겠다"고 바랐다.

이어 "매년 공연을 하면서 회의를 할 때 가장 고민이 '세트리스트 이대로 좋은가'다. 새로운 노래를 하려고 하는데, 새로운 히트곡이 나오지 않아서다. 사실 듣고 싶어 하시는 곡은 뻔하지 않느냐. 그래도 추가를 해야 한다는 의무감은 있다"고 짚었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위상을 떨치고 있는 K팝에 대해서는 "너무 대단하고 축하하다. 참 힘들겠더라. 우리는 경상도 전라도 다니면 되는데, 막 칠레 브라질 이런 데를 가니 얼마나 고되겠느냐. 그런데 어쨌든 능력에 대한 평가라 생각하고 감사했으면 좋겠다. 그런 평가를 받은 것이니, 노력할 수 있을 때 노력했으면 한다. 지혜롭게 술값을 쓰지 않고 잘 모아라고 하고 싶다"고 전했다.

백지영이 지금 세대에 데뷔했으면, 글로벌 K팝 가수로 함께 할 수 있었겠냐는 질문에는 단번에 아니라고 부정했다. 그 이유로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많이 했다. 아니라도 TV로 보다보면 이 경쟁이 우리 때와 차원이 다른 것 같다. 저희 때는 지금 아이돌보다 접근성이 떨어져서, 경쟁 대상이 많이 않았다. 지금은 가수를 할 수 있었고 엔터에 도전할 수 있는 접근성이 좋아졌지만 너무 그만큼 힘들어지고 경쟁이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서 "90년대 가수라 너무 다행이다. 유튜브 숏츠 이런 알고리즘에 예전 이상은 선배님, 혹은 시티팝 이런 게 뜬다. 지금 보면 너무 세련됐더라. 요즘에 어린 친구들도 저를 알아보고 '백지영이다'하는 친구들 많다. 너무 감사한 일이다. 그들한테 저를 알리려면, 뭘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어쨌든 그런 콘텐츠를 통해 알아준 것만으로 감사하다"라고 고백했다.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로는 "후배들의 마음과 정신이 건강했으면 한다. 자주라고 말할 수 없지만 저에게 상담 요청이 없지는 않다. 모르는 친구인데도 연락 오고 그런다. 이겨낸 비결을 묻는데, 사실 비결은 없다. 이런 얘기에 더 슬퍼하기도 한다. 비결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순간 서광이 보인다. 그래서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라는 이야기는 해준다. 그걸 인정해야 나갈 길이 보이는 것 같다. '내가 증거야, 봐라'고 이런 말 해주려고 한다. 근데 그 전에 그런 애들이 많이 안 생겼으면 한다"며 애정 가득한 말을 전했다.

변화하는 미디어 플랫폼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이번 앨범에는 포토카드도 들어가, 눈길을 끈다. 백지영은 "사실 스태프들이 저에게 주는 선물인 것 같다. 저는 포토카드도 잘 몰랐다. 딸이 좋아해서 뉴진스 앨범도 사고, 투어스, 아이브도 앨범을 다 샀다. 사진 막 이만하고 포토카드 있고 그렇더라. 그걸 중요하게 여기는 시대다. 잘 몰랐는데, 제 것으로 나오니 보통 일이 아니더라. 저한테도 좋은 선물이 됐다"고 웃었다.

발라드도 시대 흐름에 따라 트렌드가 변하고 있다. 백지영은 "제 직업이 노래를 받아서, 그 곡자와 해석하고 표현해내는 것이다. 사실 장르적으로 조금 더 열려있는 편이다. 어떤 장르든, 내 마음에 들면 '도전해보겠다'는 주의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배워보겠다는 것이다. 알앤비 곡 들어오면, 제가 제 식으로 바꿔 부르기도 하는데, 알앤비 식으로 해야만 맛이 사는 곡이라면 그럼 배워볼 것이다. 그렇다고 일부러 변화를 꾀하지는 않을 것 같다. 정통 발라드를 제일 잘하는 것 같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백지영의 미니앨범 '오디너리 그레이스'는 오는 12월 2일 오후 6시 각종 온라인 음원 사이트를 통해 발매된다.

정빛 기자 rightligh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