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이젠 '유럽의 사나이'다. '괴물 수비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가 또 일을 냈다.
빈센트 콤파니 감독이 이끄는 바이에른 뮌헨은 27일(이하 한국시각) 독일 뮌헨의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파리생제르맹(PSG)과의 2024~2025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UCL) 리그 페이즈 홈경기에서 1대0으로 승리했다. 바이에른 뮌헨은 UCL 리그 페이즈에서 11위(승점 9)로 올라섰다. 반면, PSG는 토너먼트 진출이 불가능한 26위(승점 4)로 내려앉아 비상이 걸렸다.
김민재는 이날 선발로 출격했다. 그는 전반 38분 이날의 결승골이자, UCL 데뷔골을 폭발했다. 김민재는 경기가 0-0으로 팽팽하던 전반 38분 코너킥 상황에서 깜짝 헤더골로 득점을 완성했다. 왼쪽에서 골라인에 바짝 붙어 올라온 코너킥을 상대 골키퍼가 제대로 펀칭해내지 못하자 문전에서 김민재가 머리로 받아 골망을 흔들었다.
김민재는 지난 2021년 페네르바체(튀르키예) 유니폼을 입고 유럽에 진출했다. 그동안 클럽대항전에서는 공격포인트를 올린 적이 없었다. 올 시즌도 리그에서만 1골을 기록 중이었다. 지난달 6일 프랑크푸르트와의 독일 분데스리가 6라운드에서 시즌 첫 골을 넣었다. 김민재의 이날 시즌 2호 골을 선보였다.
분위기를 탄 김민재는 수비에서도 최고의 모습을 보였다. 그는 후반 5분 최전방까지 달려 나온 상대 측면 수비수 누누 멘데스에게 향하는 패스를 뒷발로 끊어내는 등 상대 공격의 길목을 차단했다. 빼어난 위치선정으로 바이에른 뮌헨의 무실점 승리에 기여했다.
경기 뒤 김민재를 향한 극찬이 쏟아졌다. 그는 이날 경기의 최우수 선수로 선정됐다. 팀 동료 마누엘 노이어와 해리 케인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김민재의 활약을 축하했다.
바이에른 뮌헨의 소식을 주로 전하는 바바리안풋볼은 김민재를 또 다시 '카이저'(황제)로 꼽았다. 이 매체는 '완벽한 타이밍의 태클, 화려한 포지셔닝, 깨끗하고 견고한 패스. 그는 FC바르셀로나와의 경기에서 재앙을 겪은 뒤 불사조처럼 깨어났다. 바이에른 뮌헨이 거액을 지불하고 영입한 이유를 전 세계에 보여주고 있다. 실수하지 마세요'라고 극찬했다.
기브미스포츠도 김민재에게 가장 높은 8점을 주며 '헤더골로 바이에른 뮌헨에 리드를 안겼다. 최고의 수비수로 보였다. 그는 연달아 블록하며 팀의 리드를 지켰다'고 했다.
김민재는 최근 UCL에서 연달아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는 지난 7일 벤피카와의 4차전에서도 UCL 대기록을 작성했다. 김민재는 이날도 선발 출격했다. 벤피카를 상대로 하프라인을 넘어 높게 형성된 포백 라인의 중심을 제대로 잡아주며 역습 시도를 적절히 막아냈다. 또한, 전방으로 정확히 패스를 투입하는 만점 활약을 펼쳤다.
그는 전반 38분 중원에서 볼을 잡아 최전방의 해리 케인에게 정확하게 볼을 투입했다. 후반 7분에는 역습에 나선 벤피카의 크로스를 헤더로 끊어냈다. 후반 20분에도 벤피카의 반젤리스 파블리디스와 일대일 상황에서 태클로 볼을 빼앗는 멋진 모습을 보였다. 역습에 치중한 벤피카는 김민재가 버티는 수비라인을 공략하지 못했다. 유효 슈팅을 단 하나도 기록하지 못했다.
이날 김민재는 풀타임 소화하며 113차례 패스 시도를 100% 완성했다. 축구 통계 전문 매체 소파스코어에 따르면 2003~2004시즌 이후 UCL 단일 경기에서 103회 이상 패스 시도 선수 중 성공률 100%를 기록한 것은 김민재가 처음이다.
찬사가 쏟아졌다. 팀 동료 조슈아 키미히는 "높은 곳에서 수비하는 것은 쉽지 않다. 우리의 두 센터백은 모두 상대 선수와의 대결에서 매우 현명한 결정을 내린다. 팀에 많은 도움이 된다. 김민재는 항상 괴물로 여겨졌다. 공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많이 발전했다"고 칭찬했다.
그동안 김민재에게 박한 평가를 일삼았던 독일 언론 빌트도 '괴물 수비수'의 활약을 인정했다. 김민재는 이날 양 팀 선수 통틀어 유일하게 1점을 받았다. 독일은 평점을 1점부터 6점 사이에 매기는데, 낮을 수록 좋은 활약을 펼쳤다는 뜻이다. 빌트는 김민재에게 '결정적인 순간 강했고, 안정감이 넘쳤다'고 극찬했다.
한편, 이날 경기는 '코리안 더비'로 관심을 모았다. 양 팀에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축구 스타가 포진해 있었기 때문이다. 바이에른 뮌헨엔 '홍명보호 수비 핵심' 김민재, PSG엔 '공격 대장' 이강인이 뛰고 있었다. 한국 선수가 UCL 무대에서 대결을 펼친 건 지난 2011~2012시즌 맨유(잉글랜드)의 박지성과 FC바젤(스위스) 박주호 이후 13년 만이다.
웃은 건 김민재였다. 이날 선발로 그라운드를 밟은 김민재는 득점은 물론 승리까지 챙겼다. 반면, 이강인은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PSG는 레드카드로 어려움을 겪었다. 후반 11분 PSG 공격수 우스만 뎀벨레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했다. 뎀벨레는 전반에 과도하게 항의하다가 한 차례 옐로카드를 받았다. 그는 역습에 나가려던 상대 알폰소 데이비스에게 깊은 태클을 걸어 두 번째 옐로카드를 받았다. 패배 위기에 몰린 PSG는 첫 교체 카드로 후반 20분 워렌 자이르 에머리 대신 이강인을 투입했다. 이강인은 간간이 날카로운 왼발 킥으로 뮌헨을 긴장케 했으나 수세의 흐름을 바꾸진 못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