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최고 기록, 그럴만하다."
박철우(39)가 마지막으로 코트에서 팬들과 작별 인사를 남겼다.
한국전력 빅스톰은 26일 수원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삼성화재 블루팡스와의 도드람 2024~2025 V-리그 남자부 경기에서 박철우 은퇴식을 진행했다.
V리그 원년인 2005년 현대캐피탈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그는 6시즌을 뛴 뒤 삼성화재(9시즌) 한국전력(4시즌)을 거치며 19시즌 동안 프로생활을 했다.
'레전드'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다. 박철우는 현역 시절 총 564경기에 출전해 V리그 통산 6623득점, 공격 성공률 52.13%를 기록했다. 득점 및 공격 득점(5603점) 모두 1위다. 또한 국내 선수 한 경기 최다 득점(50점) 기록도 박철우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우승 반지는 무려 7개나 된다.
경기에 앞서 박철우의 기록을 증명하는 신기록상을 수여했다. 2세트를 마치고는 은퇴 헌정 영상이 상영돼 그동안의 활약상을 조명했다. 경기를 마친 뒤에는 은퇴식이 본격 진행됐다. 선물 증정 행사와 함께 박철우의 인사가 이어졌다.
박철우의 신인 시절 세터로 함께 호흡을 맞췄고, 은퇴 시즌에는 감독으로 있었던 권영민 한국전력 감독은 박철우 이야기에 "추억이 많다"고 운을 뗐다. 권 감독은 "어릴 때부터 같은 팀에서 10년 넘게 같은 팀에 있었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와서 야간에 연습도 많이 하고, 추억도 많다. 배울 점이 많은 선수"라며 "감독으로서 박철우를 만났을 때는 팀을 먼저 생각한 선수라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권 감독은 "박철우는 지기 싫어했던 선수였다. 수술도 많이 했지만, 다 이겨냈다. 그만큼 정신력이 강했다. 또 주장으로서 팀을 잘 이끌며 팀을 먼저 생각했다"라며 "공격력은 아포짓 스파이커로서 국내 최고라고 할 만큼 득점도 많이 했다. 나는 실력 외적으로 높게 평가한다. 선수도 잘 이끌고 코트안에서 누구보다 파이팅 넘쳤다. 실력 외적으로 철우를 좋아해서 앞으로도 파이팅있는 모습으로 제 2인생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적'에서 '제자'로 그리고 '사위'로 박철우를 본 신치용 한국체육산업개발 대표이사는 "박철우가 현대캐피탈에 있고, 내가 삼성화재에 있을 때에는 박철우 때문에 못 이기긴 기억이 있다. 그정도로 좋았던 선수"라며 "실력을 갖췄으면서도 성실하고 열심히 했다. 또 사람들에게 정말 잘하는 선수였다. 후배들도 많이 따랐다"고 칭찬했다.
박철우의 현역 시절을 '적'과 '적장'으로 지켜봤던 김상우 삼성화재 감독은 "우리나라에 저런 신체 조건을 갖춘 선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피지컬이 좋았다. 그걸 이요한 높이 공격이 좋았다. 최다 기록을 가지고 있는데, 그럴만하다고 본다. 여기에 성실함까지 있다고 하더라"고 이야기했다.
은퇴 이후 박철우는 해설위원으로 '제 2의 인생'을 펼치고 있다. 은퇴식이었지만, 박철우는 관중석에서 지켜보기보다는 새로운 '본업'에 충실했다. 해설위원 경력이 풍부한 김상우 감독은 "언변도 괜찮고, 톤도 좋더라. 앞으로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권영민 감독 역시 "앞으로 모든 일이 잘 풀렸으면 좋겠다"고 박철우의 새 인생을 응원했다.수원=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