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빌린 건데요?"
MVP의 솔직함에 좌중이 '빵' 터졌다. 26일 2024시즌 프로야구 MVP를 거머쥔 KIA 타이거즈 김도영(21)이 그 주인공이다.
치열했던 전쟁은 끝났고, 바야흐로 시상식의 계절이다.
그 중심에 '상복'이 터진 남자가 있다. 일구상 MVP, 시즌 MVP를 휩쓴 김도영이다. 이제 줄줄이 트로피를 모아갈 날들만 남은 겨울이다.
특히 이날 KBO 시상식에는 눈부시게 빛나는 하얀색 정장을 입고 나타났다. 서울 롯데호텔 월드 그랜드볼룸 현장을 가득 채운 야구 관계자들 틈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차림새였다.
리그 최고의 선수로 거듭난 김도영이지만, 유니폼을 벗으면 21살 새파란 젊은이일 뿐이다. 시상식에 오기에 앞서 누나 2명과 함께 의상을 두고 신중하게 고민했다고. 흰 정장을 고른 이유를 묻자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아직 난 어리기도 하고, 시상식 중에서도 오늘이 가장 큰 시상식이라고 해서…남들과는 조금 다르게 보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항상 자신의 곁에서 격려하고 이끌어준 가족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울 뻔했다. 김도영은 "(가족들 덕분에)정말 부족함 없이 자랐다. 앞으로도 감사한 일만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MVP 수상을 통해 김도영은 EV9을 받게 됐다. 새로 받은 큰 차는 자신이 몰고, 시즌 중에 받아서 직접 몰고 다니던 EV3는 누나에게 주겠다며 우애도 과시했다. "누나는 큰 차를 싫어한다. 난 크고 든든한 느낌이 좋다"는 말도 덧붙였다.
수상 소감 역시 가족들과 치열하게 고민한 결과라고. 특히 김도영의 마음을 울린 건 배우 박보영이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로 올해 청룡시리즈어워즈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을 당시 밝힌 속내였다.
"너무 어둡고 오랜(긴) 밤을 보내고 계신 분이 있다면, (지치지 말고 끝까지 잘 버텨서)아침을 맞이하시라는 내용이었다. 보면서 나도 울컥했다. 감성적인 면이 있어서 참고하게 됐다."
이제 트로피가 쌓여갈 운명이다. 김도영은 "집에 장식장이 있는데, 이런 큰 트로피는 안 들어갈 것 같다. 박물관 느낌으로 작은 집을 하나 구할까 싶다"면서 "지금까지 받은 상중에 제일 큰 상인 것 같고, 그 전까진 초등학교 때 받은 수비상이 가장 뜻깊은 상이었다"며 뜻밖의 말도 꺼냈다.
앞으로 예정된 시상식에선 어떤 패션을 보여주게 될까. 김도영은 "오늘 같은 모습은 보실 수 없을 것"이라며 웃었다. 문제의 '흰 정장'에 대해서는 "주변에서 다들 예쁘다고 하더라 산 거 아니고 빌린 거다. 돈이 없으니까, 대신 직접 골랐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아직 준비해놓은 건 아닌데, 이젠 조금 다른 색깔, 어두운 색깔로 무난하게 가려고 한다. (골든글러브 얘기가 나오자)그때만 빨간색을 입을까? 우리팀 색깔이니까. 그런데 잘 어울리질 않아서…또 어차피 올해 정장을 맞추면 내년엔 입을 수가 없다. 올겨울 목표는 5㎏ 이상 살을 찌우고 벌크업을 하는 거다."
잠실=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